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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톤엠 Jun 05. 2023

1. 본격적인 정치활동의 시작

회사를 퇴사하고 선거캠프로의 사무장으로


지방선거 3개월 전 출마 예정자인 외삼촌을 도우려 지방으로 향했다.


출마를 결심하게 되면 일단 예정자는 얼굴을 알리려 아침부터 밤까지 지역의 행사를 찾아다니는 게 일이다.

규모와는 상관없다. 지역 행세서부터 주민들의 소모임까지 일단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가리지 않고 찾아다녀야 한다.


특히 저녁 시간의 모임은 술자리의 성격이 많아서 주민들이 한 잔 두 잔 건네는 술잔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운전을 대신해 줄 수행원이 필요하다.


나 또한 그러한 모임을 찾아다니는 예정자인 외삼촌의 자가용을 운전하며 동행하는 일이 주된 일과였다.


오전에는 예비후보 등록에 앞서 필요한 서류와 선거캠프 설치에 관한 서류 준비를 하고 해당 선거구의 선거관리위원회에 찾아다니는 일을 했다.


두꺼운 선거법 관련 책을 보며 느낀 점은 선거법이란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해석으로 모호한 구석들이 참 많았다.


예컨대 현역 군인들은 국가 공무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후보자의 SNS에 ‘좋아요’를 누르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외삼촌의 아들이 당시 군인 신분이었는데 주변 동료 군인들에게 아버지의 출마 소식을 알리며 SNS를 공유해 '좋아요'를 유도하려는 단순한 생각이 결국 경고조치를 받은 기억이 있다.


어떤 예비후보는 홍보피켓이 무거워서 잠시 땅에 내려놓았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주의조치를 받았다.

선거법에 피켓은 예비후보자의 목에 걸거나 몸에 착용하도록 돼 있다는 게 이유다.


공공기관에 들어가 사무실에서 명함을 돌리면 호별방문에 해당돼 법 위반이 되는데 민원실은 가능하다고 한다.


이처럼 아리송한 선거법과 유권해석으로 선거때마다 후보자나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기도 한다.


심지어 선관위 직원들조차 유권해석을 하느라 애를 먹는다.


선거 또한 경쟁이기 때문에 주로 상대 진영에서 사사건건 그러한 점을 노려 사진을 찍고 선관위에 신고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심지어 상대 진영뿐만 아니라 같은 정당 후보 간에도 그러한 일들이 다분하게 벌어진다.


출마 예정자는 더더욱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예비후보 또는 후보자 신분이 아닌 자가 무작위로 명함을 배포한다던가 다수의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공약이나 정치 관련 이야기를 거론하면 사전선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외삼촌 또한 그동안에 연례행사처럼 해왔던 봉사활동에도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빈곤층 및 한 부모 가정에 정기적으로 먹을거리와 일상용품을 기부하던 행위가 자칫 사전선거로 유권해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행사 참여를 줄이기 시작했다.


물론, 후보자 간에 정당한 기간 동안 합법적이고 신사적인 선거활동을 하는 것에는 매우 찬성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애매한 구석이 있다. 현역들보다 상대적으로 네임드가 부족한 사람들의 입장에선 속이 타들어가기 때문에 조바심이 생겨 잦은 실수를 하게 되거나 심지어 중대한 사건으로 이어져 출마 자체를 포기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현역들은 의원의 자격으로 지역을 돌며 오랜 기간 주민들과 스킨십을 하며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반면 초선을 도전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프리미엄도 없고 다양한 제약으로 명함조차 함부로 줄 수 없기 때문에 오로지 사람이 모이는 곳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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