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점심시간

by 서나림

나는 얼마 전부터 식비도 절약할 겸 점심시간도 유용하게 쓸 겸 구내식당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영양사분이 계시기 때문에 때문에 외식보다는 영양도 균형 잡혀 있을 것 같고,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5,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양껏 담아 먹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외부 식당가에서 웨이팅 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어서 아주 만족하며 잘 이용하고 있다.


다만 딱 한 가지 불만족스러운 점이 있는데 바로 식당 시설도 메뉴도 가격도 아닌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다.


구내식당이다 보니 일단 이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성인이다. 그 외에 지역개방형으로 운영하는지라 근처 대학교의 학생들이나 지역주민들, 다른 회사 사람들도 많이 오는 편이다. 그런데.. 과연 이 사람들이 성인이 맞나..? 아니 솔직히 말해서 사람이 많나? 싶은 의문이 점심시간마다 든다. 내 말이 너무 심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정말이다. 이건 정말 과장이 아니다.


흔히 있는 보통의 구내식당과 다를 바 없이 우리 회사 식당도 발권기에서 각자 식권을 구입하고 차례로 줄을 서서 뷔페처럼 음식을 떠먹는 시스템이다.


음식을 담다 보면 흘릴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수시로 식당 직원분들이 옆에서 닦고 훔치고 치우는데도 끝도 없이 음식이 떨어지고 더러워진다. 단지 한두 명이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부주의하게 움직인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돈가스나 튀김 같은 메뉴가 나올 때는 메인 메뉴다 보니 배식 양이 정해져 있곤 한다. 인당 1개 2개 이런 식으로 표시가 되어 있되 자율배식으로 가져가는데.. 정말 너무나도 당당하게 아무도 배식 양을 지키지 않는다. 산더미처럼 본인의 식판 위에 꾸역꾸역 맛있는 메뉴만을 배식 양을 초과해서 담는다.


자리에 앉아서는 또 어떤가. 각자 양껏 먹는 것은 이해한다. 다만 좀.. 인간답게 먹을 순 없을까?

이렇게 표현해서 미안하지만(아니 솔직히 전혀 미안하지 않다) 밥을 먹기 전인지 후인지 음식인지 잔반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그저 산더미처럼 쌓아 올려 두고 허겁지겁 식사하는 모습이.. 꽤 많다. 그 모습을 보면 식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비위가 상하곤 한다. 남들 시선을 너무 의식할 필요야 없지만, 그래도 사회를 구성하는 성인으로써 우리 모두 남에게 혐오감을 준다거나 공공의 장소에서 좋지 못한 모습은.. 지양해야 하는 게 의무교육을 받은 일반 시민의 자세가 아닐까? 하는 심오한 생각까지 들 정도다.


게다가 이어폰 없이 영상 틀어놓고 관람하는 소리, 식판으로 꽹과리 치는 사람들의 드르륵드르륵드르륵 딱딱 따따딲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하다 보면..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점심시간에 필요한 물건은 먹기 위한 입이 아니라 듣지 않기 위한 이어 플러그였나?라는 황당한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퇴식구 또한 마찬가지. 퇴식구라는 것이 조심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더러워지는 게 맞긴 하지만. 그래도 한 사람 한 사람 조금만 신경 쓴다면 훨씬 나을 텐데. 다들 내 손 내 옷만 안 더러워지면 돼.라는 심보인가 싶게 아무렇게나 정리하듯 내던져지는 식판과 잔반통을 보면 마음이 참 씁쓸해진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며 밥 한 끼 먹는 거 가지고 뭘 그리 유난이냐, 예민한 거 아니냐, 너는 얼마나 깨끗하고 잘났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뭐랄까 어릴 때 늘 학창 시절 급식실에서 "조용히, 질서 지키며, 깨끗하게, 잔반 없이"를 교육받으며 자라온 세대라 그런지. 세상이 갑자기 이상해져 버린 건지 아니면 내가 그저 고리타분한 사람이 돼버린 건지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참 갈 때마다 아직도 낯설고 불편한 마음이 든다.



작은 구내식당 안에서 갈수록 각박해져 가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안하무인의 세상살이의 모습을 축소판으로 겪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가 하나 생겼다.

알고리즘의 영향인지 어느 날 집에서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한 외국 초등학교의 급식시간을 촬영한 영상을 보게 됐는데 어린 학생들이 어찌나 질서 정연하고 깔끔하게 식사 준비부터 뒤처리까지 해내는지. 기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보다 보니 asmr처럼 빠져드는 게 의외의 영상에서 힐링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다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조금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는 그런 식사예절 문화가 개인개인의 사이에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불편한 점심시간이 아닌 맛있고 편안한 점심시간이 되길.!








작가의 이전글관리 잘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