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년이 넘게 개인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파워블로거는 아니지만 꾸준히 제법 열성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이웃들과 댓글도 자주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있다.
얼마 전 내 일상을 올린 포스팅에 이웃 한분이 댓글을 남겨주셨다.
"나림님은 30대 후반인데 그 정도면 참 관리 잘하셨네요!"
자주 안부를 묻고 지내던 이웃분이기도 했고 좋은 내용의 칭찬인데 왜 인지 그 댓글은 화살처럼 나에게 확 날아와서 꽂혔다. 낯설음의 촉에 찔린 느낌이었다. 기분이 나쁘다거나, 평가받는 느낌이라던가 하는 불쾌함은 전혀 아니었다. 이웃분이 잘못을 한 것은 더더욱 아니고.
뭐 때문이었을까.
평소에 나이라는 숫자에 대해서 크게 연연하거나, 장벽이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편이라서 30대 후반이라는 숫자에서 오는 느낌은 아니었다.
뭐랄까.
꾸준히 하루하루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이제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이는 나이가 된 걸까? 하는 데서 오는 혼란감이랄까.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조각들을 담은 포스팅이었고 지극히 평범한 내 루틴에 대한 이야기였을 뿐인데. 내가 몇 년 동안 습관처럼 해왔던 것들이 타인의 눈에는 어느 순간부터 "나이치곤, 관리 잘하셨네요"라는 전제와 함께 보여진다는 것에서 오는 낯설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기록들이 몇 년 동안 쌓여가면서 처음엔 "루틴 멋있어요! 규칙적이세요! 자기 관리 응원합니다!" 등이었던 반응들이 점점 "나이보다 젊어 보여요, 관리 잘하셨어요, 그 나이로 안 보이세요" 등으로 바뀌어 가는 것 같았다.
마치 갑자기 누군가 내 앞에 큰 벽을 세워둔 것 같기도 했고, 꼬리표를 달아놓은 것 같기도 했다.
확실히 30대 중반으로 들어서면서부터는 몸이나 피부 등이 생물학적으로 전과는 다르다는 게 느껴지기는 했었다. 그래서 일부러 더 먹는 것도 가려서 먹고, 꾸준히 운동도 하려고 하고, 생활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미용에도 지출을 해왔다. 이런 관리와 투자를 하면서도 한 번도 내가 노화를 방지한다거나, 늙기 싫다거나, 늙고 있다거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하는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아직도 30대 초반에서 중반 그 어딘가, 이제 20대로는 안 보이는 그 어딘가에 적당히 머물러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열심히 삶을 쌓아가고 있었을 뿐인데. 매일 보는 나 자신이기에 크게 달라져 보이지도 않았고 늘 똑같아 보였는데. 스스로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시간과 세월의 흐름, 속해 있는 연령대 위치의 변화 등에 대해 갑자기 타인에 의해 인식하게 된 데서 온 당혹감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한번 인지를 하고 나니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 편이라) 나이와 노화에 대한 내 호기심 두려움 자기 판단 등등은 머릿속에서 사방으로 가지치기를 하며 뻗어나갔다.
내 모습이 혹시 나이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젊어 보이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나이 드는 내 모습에 대해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을까?
나도 언젠가는 체력도 약해지고 피부도 늘어질 텐데 그런 내 모습이 싫어지는 건 아니겠지?
가끔은 어이없게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제야 조금 나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능력과 여유를 슬슬 갖추기 시작한 것 같은데.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겨서 좋은 음식을 고르고, 운동을 위해 지출을 하고, 피부과에도 다니기 시작한 것 같은데. 이런 모든 노력들을 한다고 한들 벌써 신체 나이는 반감기로 접어든 데서 오는 무력감이랄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나 흐름을 타고 둥둥 떠내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 지금과 같은 이런 낯섦을 앞으로는 더 자주 겪게 되겠지.
그때마다 성숙하게 나를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나이에 걸맞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이제는 나이치고 외형만 잘 관리한 사람이 아니라 내면도 잘 관리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솔직히 아직은 자신이 없기도 하다. 늙어갈 내 모습이 상상이 안되기도 하고.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니까. 글을 쓰는 지금도 근육은 줄어들고 피부는 늘어지고 주름은 늘어갈 것이다.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으니 또 하루하루 하던 대로 열심히 내 루틴대로 삶을 쌓아가며 맞서야 하겠지.
아니 맞서는 게 아니라 같이 흘러가야 하는 게 맞을 수도.
새삼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연연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던 내가 경솔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무엇이긴 했다. 나보다 먼저 이 인생의 변화를 겪고도 의연하게 앞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다른 어른들을 보니 나이는 참 무엇이긴 하다.
여전히 당혹스럽고 두렵기도 하지만
멋진 할머니가 되는 나를 조금씩 상상해 보며, 나도 그렇게 같이 걸어가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