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

이녀 씀

by 구황작물

밤새 양말을 달라고 엄마를 쫓아다녔다. 제발 양말을 달라고, 구멍 나고 찢어지고 짝이 안 맞아도 좋으니 양말 하나만 달라고 애원했다. 물론 꿈에서다. 내 말을 들은 엄마는 휘리릭 몸을 움직여 12첩 반상을 차려냈고, 내가 울며 매달리자 선물이 있다며 옷장 문을 열어보라 했다. 그 안엔 온갖 드레스와 신발이 가득했다. 양말만 없었다.


포기해야겠다 싶어 그냥 나가려고 보니 발뒤꿈치엔 이미 피에 찌든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견딜 수 없이 쓰라렸다. 나는 한참 더 양말을 달라고 소리 지르며 애원했고 그러다 깼다. 더 근사하게 포장하고 싶지만 내가 꾼 꿈이 딱 이 모양이었다. 꿈속의 나는 매우 진지하여 현실의 목이 아픈 것도 같다.


꿈에 대단한 의미를 붙이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했다. 우리는 이런 관계였노라고. 엄마는 많은 것을 주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주지 않았다. 나는 많은 것을 받았으나 고마워할 줄 몰랐으며 우리는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이방인들이었다. 억울한 건 둘 다 마찬가지였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왜 글을 쓰고 싶어 하는가. 나는 나 하나를 이해하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여겼다. 쓰다 보면 세상에 적어도 한 사람은 나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기가 좋았다. 초등학교 때 담임들은 매해 감동을 받았다며 내 일기를 소리 내 읽었다. 처음엔 놀라 울었지만 해가 갈수록 좋아졌다. 다들 내가 나쁜 년은 아니라 했다.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나보다 남이 더 잘 이해되기 시작했다. 창작의 올바른 효용 앞에서 욕이 나왔다. 나는 나를 이해하고 싶었던 거야. 날 좀 내버려 둬. 나는 내 편이 필요해. 세상 단 한 사람이라도.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야 나와 남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을 지라도, 상반되는 목표를 지니고 있을 지라도, 공존할 수 있다. 적정한 거리가 필요할 뿐.


꿈을 꾸고 엄마를 떠올리고 글쓰기를 생각한다. 내게 엄마와 글은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녀가 내 글을 읽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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