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 씀
"아빠 얼른 밥 먹고 생일 파티하자."
퇴근 후 처음 들은 말은 “아빠, 마스크 놓는데 한번 봐봐.”라는 둘째의 외침이었다. 현관문까지 달려와서 말을 전하기에, 손에 쥔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채 장식장을 살폈다. 평소 마스크와 자동차 열쇠를 놓아두는 그 자리엔 로션 통에 색종이를 붙여 만든 꽃과 a4복사지를 접어 만든 편지 두 통이 놓여있었다.
‘아빠가 태어나서 기뻐요. 아빠가 내 곁에 있어서 기뻐요. 왜 인지는 몰라도 아빠 곁에 있으면 좋아요. 사랑해요. 아빠 건강하게 지낼게요.’
둘째가 쓴 편지는 아내가 불러준 건지 직접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고맙고 소중한 편지였다. 저녁상에 앉자 얼른 밥 먹고 생일파티하자고 난리다. 생일파티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으니 케이크에 촛불 꽂고 훅 하는 거란다.
“그것도 좋은데, 아빠 생일이니까 케이크 먹고 시 하나씩 읊어줘.”
“시가 뭔데?”
“하고 싶은 말이나 자기 생각을 간단하게 말하는 거.”
“‘아빠 생일 축하해요’도 시야?”
“응. 근데 그건 생일 축하한다는 뜻 밖에 없잖아. 하고 싶은 얘길 더 하는 건 어때? 그랬으면 좋겠는데.”
“음. 난 생일 축하한다고 하고 싶은데.”
둘째의 시는 편지로 갈음해야겠다.
식사가 끝난 후 아이들은 촛불이 켜진 케이크를 들고 불 꺼진 거실로 나왔다. 아내와 아이들은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촛불이 꺼질세라 조심조심 걸어왔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모습이던지, 생일 케이크는 근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것이라던 평소 지론을 꺾고야 말았다.
마음속으로 소원을 생각하며 촛불을 끄고 케이크를 잘라 소주와 함께 즐기고 있는데, 한 잔 들이켠 아내가 입을 연다.
오늘이네.
당신이 태어난 날.
그날이 있기에 오늘이 있고
오늘이 있기에 또 내일이 있겠지
건강하세요.
사랑해.
“에이. 못 하겠다. 난 하나 했으니까. 좀 이따 당신 답시 기대할게.”
편지에, 케이크를 든 미소에, 아내의 시까지. 내가 내 생일을 이렇게 특별하게 여긴 날이 여태 있었던가?
대략 정리가 끝나고, 여운을 즐기며 아까 미처 열어보지 못했던 첫째의 편지를 열어본다.
‘아빠에게. 아빠 생신 축하해요. 제 곁에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앞으로는 아빠한테 혼나지 않게끔 아빠 맘에 들게 행동하는 아들이 될게요. 아빠 그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줘서 죄송합니다. 아빠 앞으로도 행복하게 지내요. 아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아. 첫째의 편지도 감동이고 너무 고맙지만, 마음 한편에 미안한 생각이 쌓인다. 이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내가 너무 많은 걸 요구했구나. 한 해, 두 해 시간만 흘려보내며 미처 나 스스로 어른이 되지 못했구나.
여보. 그리고 애들아.
미안하다. 그리고 너무 고맙다.
부족한 남편을, 아빠를
이렇게 사랑해 주고 있구나.
촛불을 보며 빌었던 것처럼
신나게 살도록 노력할게.
건강하게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