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닮은 여인들을 만납니다
엄마는 미인이었다. 그녀는 어린 자녀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물었다.
"엄마 예쁘지? 얼마나 예뻐?"
언니는 주저 없이 답했다. 엄마가 우리 동네에서, 아니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나는 그 훈훈함에 찬물을 끼얹곤 했다.
"난 잘 모르겠는데."
언니가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진심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뭘 봐도 예쁜 줄 모르는 나는 옷도, 신발도 예뻐서 사지 않는다. 쓰고 있는 것이 낡아 교체하기 위해 산다. 백화점에 가면 현기증이 난다. 내 보기엔 별 차이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모래알 중에서 내 기호에 맞는 것을 찾는 기분이다.
옷이나 신발은 눈에 들어오지 않아 끝내 기호도 갖지 못했다. 그나마 사람의 얼굴은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매일 들여다보니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것이 생기긴 했다. 하지만 어릴 때는 없었다. 나는 정말로 엄마가 예쁜지 아닌지 알지 못했다.
내 솔직한 답변에 엄마는 늘 답답해했고 나는 그런 엄마에게 미안해졌다. 그래서 다음에 물어보면 꼭 엄마가 제일 예쁘다고 해야지 굳게 결심했지만 금세 그 다짐을 잊어버리고는 같은 일을 반복했다. 사랑받는데도 눈치가 필요한 것을.
내게 엄마가 미인이라는 걸 알려준 것은 친구들이었다. 엄마를 본 친구들은 하나 같이 "니네 엄마 맞아?" 묻곤 했다. 그녀가 늘 주장한 바와 같이 유난히 젊고 예쁘다는 거였다. 이십 대를 임신과 출산, 육아로 보낸 엄마는 삼십 대를 넘어가며 더욱 빛났고 그것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어쩌면 당연한 욕망이었을 그것을, 어린 나는 못마땅하게 여겼다. 자신감이 없고 내향적인 나는 늘 숨고만 싶은데 왜 그녀는 눈에 띄고자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몸매를 강조하는 달라붙는 상의와 맨살을 드러내는 짧은 하의가 싫었다.
다른 엄마들처럼 긴치마를 입어줄 수 없냐고 맹랑한 요구를 하면 그녀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 날 질투하지? 맞지? 엄마가 예쁜 게 샘나?"
나는 그녀가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가 가진 자부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떠올린다. 집안의 몰락으로 가진 것 하나 없이 서울에 올라온 스무 살의 처녀는 의지할 데라곤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가지고 있는 것은 젊음과 미모뿐. 진정 그것뿐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를 어여삐 여기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지만 썩은 동아줄이었다.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녀는 악착 같이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한편, 더 아름다워져야 했다. 어쩌면 다른 길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떠올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라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싶었을까.
그녀의 얄팍한 자부심은 칼날로 변하곤 했다. 그녀는 자칭 못난이라고 말하는 유쾌한 내 친구에게 면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너는 머리를 더 화려하게 해야 돼. 그래야 얼굴이 눈에 덜 띌 거 아냐."
그 말과 동시에 그녀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화를 냈고 친구는 나를 말렸다. 그녀는 당당히 덧붙였다.
"내가 틀린 말 했어? 왜 그래? 다 도움이 되라고 하는 말인데!"
그녀는 더 예뻐지고 젊음이 지속되길 바랐다. 그래서 작은 시술들을 받았다. 시작은 점을 빼는 것이었다. 열 살 무렵, 엄마의 얼굴에 생긴 하얀 자국들에 놀라 물어봤다가 혼쭐이 난 적이 있다. 그녀는 아무것도 없는데 대체 뭐가 보인다고 이러는 거냐며 버럭 화를 냈다.
그 이후로도 보톡스와 필러 등 소소한 시술들이 이어졌다. 입술은 도톰해졌고 원래 있던 쌍꺼풀이 다시 생겼다. 내가 바뀐 얼굴에 호기심을 보이면 그녀는 단 한 번도 곱게 답하지 않았고 버럭 화를 냈다.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 얘가 대체 왜 생사람을 잡아? 니가 뭘 안다고?"
엄마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타고나는 것일 뿐,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을까. 그 생각과 행동의 괴리 앞에서, 딸에게도 감춰야 하는 비밀 앞에서 나는 어지러움을 느낀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엄마의 얼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스트를 잔뜩 넣은 밀가루 반죽처럼, 아니 그보다 더 격렬하게. 원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어올랐다. 나는 그간의 시술들을 의심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부인하느라 귀한 시간을 버렸다. 의심스러운 병원에서는 치료를 거부했다.
스테로이드를 먹으면 가라앉았지만 일시적일 뿐이었다. 온갖 병원들을 가보았지만 다른 대안은 없었다. 모든 의사가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면서도 이 약을 장복하는 것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서도 두려워했다. 나는 그녀의 심신이 몹시 걱정스럽고 이것은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엄마의 고통이 속히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하지만 그 증상이 이토록 오래 지속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몇 년 전, 나는 어쩌면 그녀가 변할 기회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외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며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녀가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엄마는 얼굴이 한창 부어 있던 어느 날에도, 지나가던 비만한 여성을 가리키며 키득거렸다.
"저 여자 몸 좀 봐."
나는 소리를 질렀다.
"엄마! 제발! 그만 좀 해"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엄마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그녀는 말했다.
"내가 들리게 말한 것도 아니고, 또 좀 들리면 뭐가 어때서? 니가 왜 화를 내? 저 사람도 알 건 알아야 한다고!"
엄마의 병은 아무런 교훈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더더욱 엄마가 빨리 이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길 바란다. 신이 있다면 그녀를 이 무용한 고통으로부터 반드시 구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속히 정정하라.
엄마는 미인이었다. TV에서도, 거리에서도, 나는 그녀와 닮은 얼굴들을 만난다. 중력에 반하는 눈가, 도톰한 입술, 어딘가 모르게 올록볼록한 얼굴. 나는 그 얼굴들을 보며 지긋지긋한 가부장제와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떠올린다. 고통과 맞바꾼 결과물에서 아름다움을 봐야 하건만. 나는 여전히 사랑받기는 어려운 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