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ya Dec 05. 2016

이 색이 그 색이었어?

40대 철없는 중년부부의 무모한 서울 입성기

 지하실 페인트를 칠하는 날입니다.  

지하 공간은 김춘삼 씨와 오봉자 씨, 그리고 그들의 세 딸의 놀이터이자 작업장이 될 계획입니다..


  서울에 입성하기 전 새로운 환경에 불안할지도 모를 딸들에게 이미 김춘삼 씨는

 서울에 가면~~~으로 시작해서   1인 1pc, 1인 1 액정 태블릿을 공약으로 내세운 적이 있었습니다.

 

- 참고적으로 김춘삼 씨와 오봉자 씨는 대한민국의 미술대학이라 명명되는 건물에서 20대를 낭비한 경험이 있어 딸들도 취미이자 놀이가 자연스레 그림 그리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김춘삼 씨.. 혼자 어깨 처질 때도 종종 생기고...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모든 말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  공약이란 이렇게 중요한 것을... 작금의 현실에서 공약이란 말을 쓰고 나니 마음이 착잡하기 그지가 없습니다. 일개 개인도 약속을 하면 언제나 빚진 마음으로 사는데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파란 집에 사시는   분은 그런 채무의식이 없는 걸 보면 말입니다.


하지만 김춘삼 씨가 누구냐 하면~ 삶을  불끈!이라는 두 글자만 가슴에 담고 일관해오던 그, 물러설 리가 없습니다..


색상표에서 우리가 원하는 색을 골랐습니다



페인트란 말이다....



"함 해보자! 하면 되지 뭐!"

시간과 돈, 육체의 고단함은 언제나 김춘삼 씨에게는 남의 집 이야기일 뿐.


오봉자 씨의 진두지휘 아래 철 모르는 세 딸은 수건 세장 머리에 두르고 뭔 고생이 있을지도 모를  하루에 기대 만발하여 설레고,

부지런한 김춘삼 씨  딸들 나란히 앉혀  페인트라는 작업에 대한 거창하면서도 얇은?? 강의 한 보따리 풀어 제칩니다.


"페인트란 말이다. 수성과 유성이 있는데...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페인트 칠을 할 때에는.... 어쩌고 저쩌고...."

준비작업에 대한 중요성을 500% 정도 주장한 후에 번거로운 마스킹 테이프 작업을 순진한 딸들 손을 빌려 꼼꼼히 완성합니다.

조색을 해주는 페인트 샾이 있다는 것도 잘 알지만 김춘삼 씨가족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색을 만들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흰색 수성페인트 한말에  막내딸 슬러쉬 하나 심부름 값으로 꼬드겨 색소를 사 오게 하여  나름 색상표에서 고른 색을 향해 조색을 시작해 보기로 합니다.


호기롭게 페인트 한말을 플라스틱 대야에 콸콸 부은 김춘삼 씨..


 "이제 색을 함 만들어 볼까? 으흠...으흠...."

초롱초롱해진 딸들의 존경 어린 눈빛을 의식하고 전문가의 디테일을 양껏 드러내고자..

조그만 색소병을 열고 색소들을 세심히 한 방울씩 떨어뜨려봅니다.


"페인트는 조색이 제일 중요한 거야.. 그리고 아주 어려워~ 흠."


"아빠!  내가 해볼래요~"

막내딸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은근 무시하면서

"니들은 못해~"

김춘삼 씨 과한 집중력을 발휘하여..

한 방울,  두 방울,,,,

"음..."


그런데 춘삼 씨의 마음과는 달라 십여분이 지나도 한말의 수성페인트의 색이 애초의 순백색에서 그다지 변하지를 않습니다.


"여보.  노란색을 좀 더 넣을까? 아님 검정도 좀 더 넣어도 되겠지? 빨강도 좀 넣고..;;"


그때, 때때로 남편보다 대담한 오봉자 씨,


"여보,  색소 그냥 한통 다 부으면 안 돼요? 한 방울씩 넣으니 표시가 안 나는 거 같아요."

라며 춘삼 씨 손의 색소병을 받아 들고 들이붓습니다. 콸..콸..

"어~어~"

말릴 틈도 없이 노랑 색소는 어느새 빈 통이 되었고 검정도 삼분 지일 가량이 들어갔습니다.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생각보다는 좀 밝은 거 같기는 한데..."


"음,.. 뭐,... 그러지.. 뭐.."


"이제 칠해도 돼요?"

난생처음 제 팔뚝만큼 큰 로울러를 잡아본 딸들이 신이 났습니다.

조색하기 전 쓰고 있었던 수건은 어디로 내팽개치고 장갑은 꼈는지 안 꼈는지 온 손에 페인트 범벅이 되었습니다.




"아~ 힘들어요.."

10살 배기 막내부터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하더니 둘째는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그래도 첫째라고 , 제일 큰 녀석은 한숨 반 원망 반 섞인 표정으로 마무리 붓질까지 하고 있습니다.




쩝, 그냥 회색


분명히 머릿속 그림은  올리브 그린 톤의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세련된 작업실이었는데,   그.냥.회.색.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 회색의 싸늘한 지하실이 돼 버렸습니다.

하하....

그래도 낙천적인 오봉자 씨는

"괜찮네.. 훨씬 깨끗해졌네..




"괜찮네.. 훨씬 깨끗해졌네..^^




                                                                                     




        












매거진의 이전글 이사... 쓰레기와의 전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