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철없는 중년부부의 무모한 서울 입성기
하면 된다
난감한 철거도 결국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연와 조식 건물의 벽은 건축법상 임의로 헐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배우고 1층의 벽체는 남겨둔 채 문틀과 문, 천정, 바닥을 걷어내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방의 형태를 모두 없애고 가벽의 느낌만을 살려 영업 시에는 칸막이 정도의 느낌을 살려 주기로 결정하였습니다.
- 물론 은행에서 실사를 나왔을 때 방이 아닌 상태로 인정되어 대출을 마무리할 수가 있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사실은 세상의 모든 일은, 보통의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것과, 보통의 사람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방법을 알기 어려워 위탁하기 쉬운 대부분의 일들도 조금의 노력- 검색과 발품- 을 동원하면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복잡 다양한 쓰레기 버리는 방법
철거의 어려운 점은 물리적 힘이 많이 든다는 부분이 문제이지만 그것보다 쓰레기 처리 문제가 더 어려운 일입니다.
건축 폐기물이 많이 나오고 오래된 자재들인지라 상태가 많이 험했습니다.
곰팡이와, 먼지, 깨진 유리, 타일 조각, 벽돌 등 그냥 뜯어놓은 상태로만 본다면 난감합니다.
언제나 스스로 일을 해결하는 삶의 방식을 가진 김춘삼 씨와 지출을 줄여 공사를 진행하고 싶은 오봉자 씨의 생각은 그 지점에서 합의가 되어 쓰레기 처리도 직접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쓰레기를 정리할 때는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1. 분리배출을 꼼꼼히 합니다
재활용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잘 분리하여 지역 쓰레기 처리일자에 맞추어 배출합니다. 여러 가지 재질이 함께 구성된 제품도 하나씩 풀어 재질따라 분리합니다.
귀찮아도 분리를 해서 배출을 하면 쓰레기봉투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고 더불어 환경도 지키는 일석이조가 된다는 것 알고 계시죠?^^
2. 폐기물
일반적인 분리배출이 끝나고 나면 분리수거 일에 배출하지 못한 난감한 폐기물들이 나옵니다. 김춘삼 씨 부부의 경우에도 철거 후 나오는 건축폐기물과 이전 주인 할머니가 버려놓고 가신 상당 수의 생활폐기물이 나왔습니다.
폐목
- 철거를 하면 많은 양의 폐목이 나옵니다. 김춘삼 씨와 오봉자 씨는 그중에서 앞으로 진행될 인테리어 공사에 사용될, 쓸만한 나무들을 골라 놓았습니다. 물론 나무에 박힌 못은 일일이 뽑아 분리하였습니다. 폐기할 폐목만 모아서 부피가 큰 것은 끈으로 묶고 부피가 작은 것은 철물점에서 마대자루를 싸서 담아 놓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관할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신고를 하면 KG당 폐목 수거비용을 받고 지정한 날짜에 수거를 해 갑니다.
김춘삼 씨와 오봉자 씨는 일부는 주민센터에 신고해서 배출을 하고 일부는 이사를 오기 전 지역의 폐목 소각장으로 직접 싣고 가서 처리하였습니다. - 서울은 허가를 받은 폐기물업체만 이용할 수 있는 소각장이라서 개인이 직접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각 지자체에서 쓰레기 배출 업무를 직접 운영을 하는 경우에는 개인이 직접 관할 센터에 가서 직접 쓰레기 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김춘삼 씨와 오봉자 씨가 살던 지역도 시에서 클린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본인의 차에 직접 실어서 3-4회 이삿짐을 나르는 편에 철거 폐목조차 소각장에 직접 버렸습니다.
스티로폼
- 가정에서 나오는 스티로폼은 분리수거 일에 배출을 하면 모두 수거합니다.
그렇지만 건축자재로 사용되었던 스티로폼은 접착제나 다른 자재들이 함께 붙어있는 경우가 많아 분리수거가 되지 않습니다. 깨끗한 것만 분리수거가 된다 하니 잔뜩 묶어놓은 스티로폼은 모두 종량제 봉투행입니다.
아직 스티로폼은 처리하는 방법이 완전하지 않아 지자체마다 소각하는 스티로 폼 때문에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멘트, 벽돌, 타일 등
철거를 하면 당연히 발생되는 진정한 건축물 폐기물입니다. 종량제 봉투를 파는 곳에 가서 폐기물 전용 PP마대 봉투를 구입해서 담아서 버립니다. 20L 용량의 봉투만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필요합니다.
마대 값도 만만치 않아서 업체를 통해 일괄 처리할 까 하는 갈등을 끝까지 하면서 했습니다. 그렇지만 비용의 문제, 효율의 문제 같은 경제적인 가치만을 본다면 돈을 들여 빨리 처리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김춘삼 씨와 오봉자 씨의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경제적인 효용만으로 삶의 가치는 재단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나의 삶을 내가 꾸려나가려는 마음과 노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빨리 공사 끝내고 빨리 돈을 벌으라는 주변의 많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손으로 하나 씩 일구어 나가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쓰레기와의 전쟁
이사와 철거를 거의 두 달에 걸쳐 진행하면서 분명하게 느낀 점이 있다면 생활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또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든다는 것도 실감하였습니다. 소비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고 소비한 것을 버리기 위해서 또 돈이 필요한 아이러니한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김춘삼 씨와 오봉자 씨는 무조건 식의 새것보다 사용하던 공간과 물건들을 잘 다듬어서 새 집을 준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