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단골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셨습니다.
유난히 허리가 굽으셔 유모차 없이는 걷지 못하시는 할머니와 늘 사이좋게 오셔서 탕파소를 시켜 드시던 할아버지께서
수척해지신 얼굴로 보행기에 여윈몸을 의지하고 오셨습니다.
"병원에서 오는 길인데 기어코 짬뽕을 먹어야겠다잖아. 캔에 들은 죽을 점심으로 먹어야 해서 갖고 갔는데.."
할머니께서 역정 반 우려 반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십니다.
"좀 안 맵게 좀 해줄 수 있어?"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한 사람을 위한 한 그릇을 볶습니다.
나가사끼 짬뽕이 유행할 때도 한 번도 볶지 않았던 하얀 짬뽕을 볶았습니다.
"고마워.. 고마워"
다 드시고 나갈 때까지 연신 고맙다 하십니다.
"많이 먹었어.. 사장님~ 감사해요~"
5년 이곳에 자리 잡은 지 만 5년입니다.
울동네 어르신들이 매일 달라집니다
매일 아침 가게 앞을 지나 운동 가시는 할아버지도 꼿꼿했던 허리가 5년의 시간을 견디니 점점 언덕이 되어갑니다.
매일 동네슈퍼에 소주 한 병 담배 한 갑 사러 다니시던 아랫집 할아버지도
5년의 시간 속에서 지팡이와 식구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세월이 내 집 앞을 소리 없이 지나가는걸
늘 같은 모습으로
커다란 유리창 너머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산다는 건 물 흐르는 것처럼
그다지 대단한 일도 아니고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흐르는 물 고이지 않게 길 막지 않고
흐르면서 만나는 생명들 함께 호흡하고..
그렇게 흘러 흘러 더 큰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도 가게 앞으로 소리 없이 지나가는
세월이 보입니다.
2015. 오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