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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a Sep 21. 2016

맨손으로 철거하기 (1)

40대 철없는 중년부부의 무모한 서울 입성기



김춘삼 씨와 오봉자 씨는 일찍이 이사 오기 전 도시에서 가게를 시작할 때 철거를 경험해 본 바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1층 주인할머니가 거주중이신 상태


 " 여보. 그때 조립식 칸막이 철거하는 것도 200만 원 달라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말도 안 되게 돈이 많이 들 것 같아요. 어떡하죠?"

"음... 음..."


김춘삼 씨는 계속 말이 없습니다.


"철거업체에 전화를 한번 해 보까요? 견적이라도..."

"음... 음..."


김춘삼 씨와 오봉자 씨는 그때부터 서로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키던 김춘삼 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해보자!"

"네?"

"한번 해보자고."

"뭐를요? 철거를요? 우리 가요? 우리 둘이?"



"뭐를요? 철거를요? 우리 가요? 우리 둘이?"



예상을 하고는 있었지만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그 일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유난히 자신의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하는 김춘삼 씨 덕분에 오봉자 씨는 아직 살면서 가구 한번 돈 주고 사본 적 없습니다. 게다가 십여 년 자영업 하는 동안 한 번도 남의 손으로 가게를 꾸며 본 적이 없습니다. 조금은 각오하고 있었지만  건물 전체의 철거과 인테리어 공사는 처음입니다.


"아..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해보죠.. 뭐.. 할 수 있겠죠..? "

"......."

"그래요.. 그렇게 해요.. 할 수 있겠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김춘삼 씨의 이런 지나친 주체적인 생활방식 때문에 오봉자 씨는 답답할 때가 많았습니다. 

남들처럼 예쁜 가구도 사고 싶었고, 편하게 돈을 벌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육체노동을 많이 해보지 않고 살았던 오봉자 씨에게 김춘삼 씨의 삶의 방식은 언제나 넘어야 할 큰 산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머니가 넉넉지 않게 평범하게 사는 그들에게  경제적인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했으며 자본의 영향력이 점점 커져가는 이 시대에  돈으로 찍어낸 듯한 비슷한 모양의 삶을 살아가기 싫은 오기 하나만은 닮아서 어느 날부터는 본의 아니게 자신도 핸드메이드 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일들은 돈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비용이 터무니없이 큰 경우도 많고 손쉽게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동적인 자세가 바이러스처럼 현대인에게 감염이 되어 무기력해지는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철거가 진행된  지하실 내부. 나무와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벽을 헐고 나니 곰팡이 가 잔뜩 핀 몇겹의 벽이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지하는 다 나무로 되어있으니까 어렵지는 않을 것 같고 1층은 벽돌로 되어있으니 벽을 허물어도 되지 잘 알아본 후에 진행해야 될 것 같네"



철물점에서 빠루라고 불리는 쇠막대를 만원 주고 사서 김춘삼 씨와 오봉자 씨의 철거작업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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