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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a Sep 05. 2016

상가주택의 까다로운 담보대출

40대 철 없는 중년부부의  무모한 서울 입성기


 사장님! 말씀하신 거랑 다르지 않습니까?
분명히 지하는 창고이고 1층에 점포 하나, 2층에 방 두 칸이라 하셨잖아요!


1층 주인 할머니께서 거주하시던 다세대 주택


  김춘삼 씨와 오봉자 씨의 난관이 시작된 건 부동산 잔금 치르기 보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무리 서울 경계선이라 해도 서울은 서울, 최대한 작고 작은 건물을 찾아다닌 오봉자 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잔금일에 융자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무리수일 테지요. 

  충청도 작은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 신용카드 하나 쓰지 않고 단순한 경제생활을 지향 -결코 돈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하던 김춘삼 씨 부부는, 담보대출이란 언제든 본인들이 원하면 할 수 있다는, 집을 자주 사보지 못한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지에서 나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잔금을 보름을 앞두고서야!! 어슬렁거리며 은행 문을 두드렸습니다.

  물론 거기에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매매가의 60%는 무조건  된다는 중개인의 밑도 끝도 없는 말만 믿고 갔으니 그들의 배짱은 무지인지 용기인지 알 수 없기도 합니다.


곰팡이 투성이로 비어 있은지 십여년이 지나서 이 곳을 임대가능한 공간으로 보는 은행의 관점이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아파트랑 달라서요. 저희가 감정도 해야 하고 사장님이 임대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임대 가능한 공간들은 공제를 하고 남는 금액의 6-70%가 대출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사장님이 계약하신 건물의 점포수와 방의 수를 정확히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아~,예. 우리는 임대 안 주고 우리가 살 거니깐 1층에 점포 하나와 2층에 방두 칸 주택이라고 알고 계시면 됩니다. 지하는 창고로 쓸 거고 1층 할머니 살던 방도 다 털어서 가게로 쓸 거니까요. 흠.. 흠"


임대를 주지 않고 건물을 통째로 쓸 거라는 말이 왠지 김춘삼 씨는 본인의 경제력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하여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대출이 될까요?  그리고 금리는?  에..  또 그리고 중도상환 수수료  그런 거 없는 것도 있다던데... 또.. 그리고.. 고정금리인지  변동금리인지......."


 흥정의 상황에 지고 싶지 않은 김춘삼 씨는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야 할 것들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왔던 터라 한 가지라도 놓치지 않으려 심기일전 중입니다.


"점포 하나, 방두 개면 방은 한 개당 3000만 원씩 공제하고 점포는.. 어쩌고 저쩌고..."


은행 대출 담당자의 계산기가 다닥다닥 소리를 요란히 내더니 

"방이랑 상가 공제 금액을 빼면  ***원 까지는 될 것 같습니다"


엥? 그것밖에 안돼요? 집값이 얼만데? 


"그게 상가는 아파트랑 달라서 실거래가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감정이란 걸 해야 하는데 감정가는 실거래가와 차이가 많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관련 법이 바뀌어서요. 임대 가능한 공간에 대한 공제가 커졌습니다. 아파트는 감정도 안 하고 평균 거래가에 6-70%까지 대출 가능하지만 상가주택은 이것저것 공제하면 3-40%도 안될 수도 있어요. "


  복병이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인지.  김춘삼 씨와 오봉자 씨의 상식에 있는 부동산 담보대출이란 것은 실제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아파트에서 아파트로만 이사를 다녔던,  김춘삼 씨 부부가 알고 있는 부동산 담보대출 조건과 아파트를 제외한  부동산 담보대출의 조건은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아파트를 살 때  은행이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대출을 안고 아파트를 사는 일이  당연한 일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외의 부동산은 아파트가 아니라는 이유로 서너 배의 매매가에도 불구하고 훨씬 적은 금액밖에 대출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김춘삼 씨와 오봉자 씨는 마흔이 훌쩍 넘어서야 비로소 실감을 합니다.

   아파트 대출이 지나치게 쉽게 된다는 것은 온 국민이  하우스 푸어가 될 위기상황이 제도적으로 마련이 되어있다는 사실과 실질적으로  꼭 필요한 대출을 하기에  은행 문이란 시민들에게 턱없이 높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300만 원의 월세방에서 수저 두벌로 신혼살림을 시작해서 십여 년  차근히 모아 가게 딸린 집을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김춘삼 씨 부부의 부푼 마음이 순식간에  작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어.. 네.. 그렇군요... 그럼  할 수 없지요.. 그럼 그거라도 진행을 해주세요... 음..."

김춘삼 씨... 누래진 얼굴로 수염 성성한 아래턱이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여보.. 진정해요.. 어차피 대출 많이 해도 이자랑 갚기도 어려운데.. 잘됐어요.. 우리 정신 차리라고 대출도 어려워지나 봐요.. 이리저리 돈을 긁어모아봐야겠어요."

언제나 난국의 상황에서는 오봉자 씨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입니다. 


" 그럼 감정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그럼...."

씁쓸한 표정으로 은행을 나서던 김춘삼 씨가 아차 하면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아! ~"

"왜요? 여보?"

"고정금리인지 변동금리인지 안 물어봤다!"

"괜찮아요. 알아서 잘 해 주겠지.. 남들 하는 대로.. 걱정마요"

"아, 그거는 꼭 체크했어야 하는데.." 

방심하는 순간 손해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현대인의 만연한 피해의식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김춘삼 씨 부부도 평범한 대한민국의 소시민임에 틀림없습니다.



거실겸 주방1칸과 큰방 1칸 1층 할머니의 주택, 문턱이 있어서 모두 독립된 방으로 인정해서 은행에서는 이 공간에 두세대 임대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때르르르ㅡㄹ

일주일 후 오후 2시 김춘삼 씨 전화가 요란히 울립니다.

 "예?  뭐라고요?  그것밖에 대출이 안된다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분명히 **원이 된다고 하셨잖아요?"

 "사장님이 말씀하신 거랑 실제가 다르지 않습니까?

분명히 지하는 창고이고 1층에 점포 하나, 2층에 방 두 칸이라 하셨잖아요!

그런데 실사를 나가보니 1층에도 방이 두 개가 더 있고 지하에는 방이 세 개나 있었어요."


  아뿔싸,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관점으로 이해를 하고 사나 봅니다.

여러 은행을 다니면서 상담을 하던 김춘삼 씨 부부도 은행에서 이야기하는 주택의 방이라는 것이  내가 안 쓰면 방이 아니라고 이해를 했던 겁니다.

  김춘삼 씨가 계약한 2층 건물은 1층에 주인 할머니가 사는 2칸의 방이 있었고 지하에는 십여 년 전 사람이 살았던 방 세 칸의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겁니다.

 

 " 지금 와서 대출이 안된다 하면 어떡합니까? 잔금이 내일모렌데."

김춘삼 씨 얼굴이 붉은색을 지나 푸른빛을 띠며 정수리에서 식은땀이 납니다. 

 "사장님이 거짓말을 하신 거잖아요."

은행 직원도 본인한테 돌아온 책임이 화가 나는지 말을 함부로 던집니다.

 "나는 구조를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우리가 쓰지 않을 거니 방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는데 그걸 잘못 알아들은 거잖소!"

"여보.. 제발.. 진정..."

 오봉자 씨도 애가 탑니다.


  전화로 시작된 언쟁은 은행까지 이어져 지점장이 나와서 수습을 하는 경지가 돼버렸습니다.

"그러면 잔금 날짜까지 방을 철거를 하세요. 그럼 정상적으로 대출을 맞춰드리지요. 임차인들은 안 계시다 하니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면 되지 않을까요.. 저희 은행도 실수가 있고 사장님도 정확하게 말씀을 해 주지 못하셨던 거니까.."


우여곡절 끝에 김춘삼 씨와 오봉자 씨의 서울 입성 첫 발걸음부터 쉽지 않은 숙제들이 생겨 버렸습니다.


철거를 하라고? 저 집을? 일주일 안에?



난감합니다.

그렇지만 잔금을 맞추려면 무조건 해야 합니다.


"철거비용이 많이 나올 거 같은데.. 어떡하지? 여보?"


"음... 음..."


김춘삼 씨의 이 한마디..

오봉자 씨는 알고 있습니다. 

이 한마디가 그들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지를...

 


우리에겐 창고이지만 은행에서는 방이라고 주장하는 지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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