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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a May 11. 2016

손님

마흔 살 여자의 빨간 일기장




"사장님~"

들릴 듯 말듯 낮은 목소리..

설거지를 하다 얼른 수도를 잠그고 뒤를 돌아본다.

"네~~"

" @_&÷_#-#-&-&-@-~"

잘 들리지 않는다.

고무장갑을 얼른 벗고 뛰어나간다..

"네.. 손님."


멋쩍은 듯 그녀는 머무거리는게 식사를 하러 온 것은 아닌 것 같다.

"뭐 필요하세요?"

허리를 낮추며 그녀를 바라본다.

"저.... 나가기 싫어서 그러는데 소주 한 병만 파세요."

아... 날카로운 알코올 냄새가 내 코 끝을 찌른다.

"네?.. 아.... 네."

빠른 손놀림으로 차가운 초록병을 냉장고에서 꺼내 든다..




"저기....."

우물거리는 내 손에 그녀는 얼른 삼천 원을 올려놓는다..

당황하며 천 원을 돌려주려 하자 그녀는  무언의 눈짓으로 내 의사를 거절한다.

-이곳은 슈퍼가 아니다... 그녀도 그걸 알고 있다.

불안한 미소..


"검은 비닐..."

"아.. 네"

눈치 없는 나에게 실망하며 또 허둥댄다.

커다란 까만 비닐에 그녀 손에 쥐어진 초록병을

얼른 받아  감싸 전해준다..


"고맙습니다"

한마디와 어색한 웃음을 뒤로한 채  그녀는  사뿐히 사라졌다.




오후 3시  

어정쩡한 시간 중국집에 술을 사러 와야만 했던 그녀의 불편한 모습 뒤로 알 수 없는 애연함이 남았다.

그녀의 가슴속 우물에는 얼마나 많은 눈물들이 담겨있을까


어느 정신과 의사가 진료 중에

"선생님.. 저는 왜 자꾸 눈물이 나지요."

라는 환자에게

"눈물이 이제  가득 차서 흘러넘치는 거지요."라고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픈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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