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공동집필] 고마운 일상 B. 사물과 도구_ 질문 10.
A ) 충전기!
답의 포인트는 ‘지금’과 ‘불편’이었다.
(사실, 내 답은 결국 또 휴대폰을 말하는 것이지만ㅎ)
일단, 지금 휴대폰 배터리가 거의 없고, 오늘 하루 종일 충전기가 필요했다.
(마침, 사진 속 오늘 제일 먼저 찍은 사진에 출발부터 보조배터리에 충전 중인 나의 휴대폰.. ㅎ)
나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내 휴대폰의 배터리는 늘 바닥이다.
친구들이 입에 달고 있는 말이 “쏘, 또 배터리 한 자릿수야.. 충전부터 좀 해..”이니 말이다. ㅎㅎ
그 이유는, 나는 휴대폰으로 계속해서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최근에 동영상 비율이 많아졌긴 하지만)
왜인지 나는 행복해지는 순간에 늘 카메라를 켠다.
그 순간을 남기고 싶은 걸까. 그 순간을 보며 계속해서 행복해할 나를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누구 말마따나 적당히 하면 좋을 것을…, 하필 나는 또 중간이 없다.
한 순간에 여러 장을 찍지는 않지만, 그 행복한, 남기고픈 장면들이 너무 잦게 수시로 계속해서 찾아온다. (단 몇 걸음을 내딛고 나면 다른 시선과 구도, 혹은 또 다른 행복을 찾아내는 극 N 극 F의 피곤한 능력을 지녔기에.)
지난달 아쉽게 참여하지 못한 작가와 공동집필 시즌 3의 첫 주제였던 ‘취미나 특기’에 내가 쓰고 싶었던 내용이 바로, ’사진‘이였을 정도이다. 대학 때 교양으로 들었던 사진과 관련된 과목의 과제에 썼던 나의 문장들이 떠오른다.
사진은 '이야기'와 같다.
사진은 같은 장소, 같은 대상이라도 찍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구도, 색감, 빛의 정도, 초점 등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이는, 찍는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남기는 것이 좋다.
나의 그 순간에 어떤 감정과 어떤 기억에 초점을 둘 것인지,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지에 따라 나만의 ‘그 순간’을 만들어 낸다. (그러한 이유로 '의미부여의 달인'이 됨)
그리고 그 순간은, 절대 다시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없다.
사진을 찍는 순간, 시간이 흘러가면 아주 미세하게 빛도, 분위기도, 나의 마음도 달라지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미세하게 다른 그 나의 의도가 순간순간 다양한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누군가는 그 보다 마음에 새기라고 했다. 그 말에 충분히 동의를 한다. (하지만, 나는 기억력이 그리 좋지 않다. ㅎㅎ)
그리고 나는 나만의 순간을 남기며 그 힘으로 살아가는 내 자신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가지지 않기 위해 '충전'은 필수이다. (충전선, 보조배터리가 필수인 이유!)
이렇게 말하고 보니, 지난번 질문에서 나 스스로에게 새로운 선물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아쉽다고 말한 게 생각난다.
다용도실에 처박혀있는 나의 DSLR(흔들림 방지 기능이 고장 난 것)을 고치고 싶다.
친구들의 결혼식에 나는 늘 예쁘고 좋은 가방 대신 카메라 가방을 들고 다녔는데, 오랜 시간 방치되어 너덜너덜해진 나의 소중한 카메라 가방도 다시 하나 장만하고 싶다.
다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휴대폰의 배터리가 조금 덜 빨리 줄어들까? ㅎㅎ
아니, 생각해 보니, 카메라를 들고 다닐 때에도 나는 여분 배터리가 많이 필요했던 것 같다. ㅎ
(그리고 사실, 휴대폰이 너무 편해서 어쩔 수가 없다. 무거운 카메라보다 휴대폰으로 충분하다.ㅎㅎ)
그러한 이유로 오늘 내 휴대폰의 배터리를 잡아먹은 순간들을 남겨본다.
어제 질문의 답으로 오늘의 하루가 시작되었으므로.
오늘의 봄을 기억하며.
보채는 강아지 덕에 두 번이나 NG가난 장면이 담긴 영상이지만
그곳의 그 노을은 지난날의 나를 추억하기에 아주 충분히 아련했다.
또한 미세하게 달라진 나의 마음도 나중에 떠올리며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했다.
ps. 이 영상을 찍고도 사진 몇 장을 더 찍고서 집에 들어오기 직전에야 휴대폰은 꺼져서 충전기에게 참 감사했고. ㅎ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남길 수가 있다는 게 바로 사진의 매력이다.
우리의 마음도 같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어떤 것에 초점을 두는지에 따라
스스로의 기분을, 마음가짐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쾌청히 파아란 하늘에 산뜻하게 노오란 산수유.
노을빛 어슴푸레한 하늘에 함께 아련해지는 산수유.
나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잃고 싶지 않다.
모두 나름의 소중함이 깃들어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