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세젤이맘 Aug 21. 2021

층간소음, '이것'만 하면 걱정 없다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아파트에 사시는 분이라면 미취학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문제 층간소음.

이제는 층간소음 문제가 단순히 이웃사이의 가벼운 마찰 정도가 아니라 극심한 갈등으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범죄가 되기도 하고 계속되는 스트레스를 참다못해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경우도 흔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남편과 쌍둥이인 큰집은 얼마 전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새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날은 이사 기념으로 시댁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래층은 아직 이사 전이었지만 마침 가족모임이 있는 그날 이사를 온다고 했습니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이사 첫날인 아래층에서 올라왔습니다. 발소리가 너무 심하게 들린다고요... 


아이들도 많고 어른들도 많았던 터라 큰아빠는 죄송하다고, 다만 오늘 가족들과 식사 모임이 있으니 조금만 양해를 구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첫날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에 올라온 아래층 분들을 보고 앞날이 예상되는 듯 걱정과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흐른 지금, 큰집 식구들은 단독주택으로 이사 가고 싶다며 새집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아래층에서는 1년 동안 관리실에 또는 직접 찾아오는 방법으로 10번 넘게 민원을 넣었고, 심지어 아파트 카페에도 글을 올렸다고 했습니다. 부부와 6살 딸 세 식구인 큰집은 집안에서도 실내화를 신고 다니고 뛰는 일도 거의 없는데도 시끄럽다고 올라오는 아래층 때문에 너무 신경이 쓰여 사는 게 어렵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 저의 회사 직원도 아래층과 사이가 좋지 않아 계속 스트레스를 받아오다 결국 이사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사 가는 것도 힘들지만 이사 가기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싶었습니다.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아래층의 자세



2014년에 큰애가 태어나고 걷기 시작하면서 저 또한 층간소음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집은 8층이었고 아이는 3살이 넘어서면서 도통 걷는 법이 없었으니까요


남자애들 키우는 집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남자애들의 활동량은 어마어마합니다. 5살이 될 때까지는 말도 통하지 않습니다. 아니,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요?^^


신랑과 매일매일, 관리실에서 연락 온 거 없니? 아래층 분들 뵌 적 있니?

분명 층간소음이 있을 텐데... 괜찮은 건가?


우리 부부의 걱정과 고민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당시 4살이던 큰애를 하원 시켜 귀가하는 길이였는데요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7층 아래층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7층 몇 호인지, 바로 아래층에 사시는 분인지 조심스럽게 확인을 하고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세젤이 맘 :  안녕하세요 혹시 703호 사시는 분 맞나요?
703호 : 네 맞습니다. 

세젤이 맘 : 아.. 저희는 803호 위층에 사는 가족인데 혹시 저희 아이 때문에 시끄럽지는 않으신지 걱정이 돼서요
703호 : 아.. 네.. 조금.. 저녁 10시 이후에는 조금만..



아... 층간소음 때문에 불편함을 겪고 계셨습니다ㅜㅜ 

순간, 당황스럽고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옆에 있는 우리 아이를 발견하셨습니다. 



703호 : 아 이 아이인가요?
세젤이 맘 : 네 이제 4살이에요 정말 죄송합니다...
703호 : 아 너구나....



그리고 이어진 아래층분의 말씀...


703호 : 그냥 두세요.. 저 나이 때는 말도 안 통하고 뛰는 게 당연하죠. 그냥 뛰게 두세요... 저도 아이들 다 키워봐서 알아요



우와.... 그냥 두라고? 뛰게 그냥 두라고? 이분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이신 건가? 


순간 너무 고맙고,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먼저 죄송하다고 말씀드리지 못한 게 더 미안해지는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아래층분들은 아이 2명이 있는데 둘 다 초등학생으로 큰애가 딸, 둘째는 아들이었습니다. 


그 뒤 우리 부부는 그동안 층간소음으로 불편을 드린 것에 대한 사과와 4살 남자아이를 배려해주신 따뜻함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과일과 빵을 사서 '그동안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조심하겠다'는 쪽지와 함께 아래층에 갖다 드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딸기 한 바구니를 사들고 오셔서


703호 : 아고, 이러시면 저희가 너무 미안해집니다. 층간소음 신경 쓰지 마시고 아이들과 재밌게 사시면 됩니다



먼저 아이들을 키우셨던 지라 저희 집 사정을 충분히 이해해주셨습니다. 어떻게 이런 분들이 우리 아래층에 사시는지 저는 감사했고 또 감사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이제 둘째 아들이 가지고 놀지 않는다며 변신로봇 장난감들을 한 박스 가득 채워서 가져다 주기도 하셨습니다. 그 뒤 저희 집도 매트를 더 촘촘히 거실에 깔아 두고 큰아이에게도 뛰지 않도록 더 조심시키면서 10시 전에 일찍 재우려고 더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혹시 위층에서 나는 층간소음으로 불편함을 겪고 계신가요?
위집 부모들은 어떤 사람들이길래 아이들이 저렇게 뛰는데도 그냥 두는 건가 싶으신가요?


요즘, 아이들 키우는 부모라면 층간소음 걱정 안 하고, 신경 안 쓰고 사는 부모는 아마도 없을 겁니다. 거실에 매트를 깔아놔도 소파에서 뛰어내리면 무용지물이고요


"뛰지 말아라~~ 아래층 아저씨가 이 놈 한다~~

한 번만 더 뛰면 이제 친구들 놀러 오라고 안 한다~~

장난치지 말아라~~"


목이 터져라, 수십 번 얘기해도 안됩니다... 


걸음마를 떼고, 걷고 뛰는 게 가능해지면 그때부터 아이들은 뛰기만 합니다...

3살인 저희 둘째는 집안에서 그 짧은 거리를 항상 전력질주를 합니다..

살살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무조건 뜁니다..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위층에 사는 부모들은 혹시라도 관리실이나 아래층에서 연락 올까 봐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미취학 아이들이 있다면 층간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얼마 전 김미경 님의 '인생 미답'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김미경 님의 막내가 2016년 당시 12살이었는데 위층에서 아이가 뛰어다니는 소리를 듣고  했다는 얘기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김미경 작가님 : 어머 쟤 엄청 뛴다
막내딸 : 엄마 그럼 5살이 뛰지 안 뛰어?
김미경 작가님 : 네가 5살인지 어떻게 알아?

막내딸 : 발소리가 5살이잖아, 엄마 몰라? 딱 들어보니 5살 발소리잖아. 나도 5살 때는 저렇게 뛰었어. "5살짜리는 절대 발끝으로 걸을 수 없어 그럼 넘어질걸? 쟤는 뒤꿈치부터 걷는 게 정상이야. 엄마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 쟤보고 뛰지 말라고 하는 건, 소리 내지 말라는 건 저 집에서 살지 말라는 얘기야. 뛰는 게 정상이지"

- 인생 미답 중 - 



막내딸이 하는 얘기를 듣고 김미경 작가님은 너무 부끄러웠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고 이제 막 세상에 나와 뛰어다니는 걸 배운 우리 아이들은, 두발로 서는 것도, 스스로 힘으로 속도를 내 달리는 것 자체가 얼마나 즐겁고 신기한 일일까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소리를 내는 건 아이가 아주 잘 크고 있다는 것이고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입니다. 

분명 우리 어른들도 똑같은 과정을 거쳐 자랐습니다. 시간의 거리가 멀어진 만큼 기억 속 흔적도 흐릿하지만 우리들은 지금의 아이들보다는 훨씬 더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며 자라지 않았나요?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며 살아왔던 것들을 우리 아이들은 있는지 초차도 모른 채 빼앗기며 살아가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세상을 물려주지 못한 우리들이 조금 더 참아주고, 조금 더 알아주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위층의 자세



2018년 12월 둘째가 태어나고 1년이 지난 때쯤 저희는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새집과 새로운 곳에서 살게 된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최대의 고민거리는 아래층에 어떤 분들이 사실까, 3살이 되는 둘째까지 뛸 텐데 층간소음 문제로 힘든 상황이 생기면 어떡하지? 이사와 동시에 우리 부부 머릿속에는 온통 층간소음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먼저 인사를 하고 저희 집 사정에 대해 양해를 구해보기로 했습니다.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리면 좋겠지만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고, 또 왜 이렇게 쑥스러운지요~~~^^ 


먼저 '새로 이사 와서 인사드린다며 저희 집 가족 구성원, 생활패던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한 후  아이들이 어려 층간소음이 발생할 수 있지만 최대한 불편을 드리지 않도록 주의를 다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귤 한 박스를 사서 제가 작성한 편지와 함께 문 앞에 두고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래층에 사는 집, 큰딸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아래층 학생에게 저 문자를 받았을 때 그동안 마음속에 쌓여있던 걱정과 불안함이 한순간에 싹~~ 내려가는 게 느껴지면서 마음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그리고 내가 먼저 인사를 하고 양해를 구한 게 참 잘한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진심은 통하는구나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아래층 가족은 부모님과 중고생, 대학생 아이들 셋이 살고 있고, 낮에는 대부분 집에 없고 저녁 늦게나 돼야 식구들이 집에 들어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명절이 되거나 주말에 친구들이 놀러 오는 특별한 상황이 생기면 작은 선물과 함께 꼭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 뒤로 저희 가족은 새집으로 이사온지 2년 가까이 지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층간소음으로 문제가 생긴 적이 없었습니다.


만약 제가 먼저 인사를 하지 않고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면 아래층에서는 간간이 들려오는 아이들 발소리가 신경이 쓰일 것이고, 그런 생활불편을 제공하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위층 사람들에 대해 불만이 쌓여갈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 집에 고3 수험생 또는 취업준비에 바쁜 입시생이 있다거나 몸이 아파 안정을 취해야 하는 환자가 있다면, 아래층에서는 위층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해 마냥 참아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위층과 아래층 서로의 사정을 아는 것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먼저 문을 두드려서 아래층의 사정과 위층의 사정을 공유하고 서로 좀 더 참아주고, 좀 더 조심한다면 층간소음으로 발생하는 이웃 간의 스트레스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들이 뛰지 못하는 나라, 대한민국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식당, 레스토랑, 카페 등 공공장소에 가면 아이들에게 유튜브나 키즈 동영상을 보여주는 경우 우리는 많이 보게 됩니다. 해외에 가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나 탭을 보여주는 부모는 한국사람들뿐이라고 합니다...


이런 현상이 과연 스마트폰을 내민 부모들이 조금 더 편하게 밥을 먹고, 좀 더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기 위한 것뿐일까요?


우리나라는 유난히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시끄럽게 소리를 내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며 대단히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행동인 것 같은 사회문화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노 키즈존까지 생기는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는 경우 아이들이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신경이 곤두서게 됩니다. 고분고분 어른들이 얘기하는 대로 잘 따르고 얌전히 오랜 시간 제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아이는 없습니다. 통제가 되지 않는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의 심정으로 스마트폰을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왜 부모들이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는 걸까요?

외국에 있는 아이들은 부모 말을 잘 듣고 큰소리를 내지 않으며 자유롭게 뛰어다니지도 않는 아이들이라 그런 걸까요?


외국에서는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부모가 우리나라 부모들 만큼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건 아이들이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도 이를 지켜보는 이웃들도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맘껏 뛰지 못하고 맘껏 소리 내지 못하는 우리나라'


노 키즈존, 층간소음, 미세먼지,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어른들의 이기적인 마음들이 만들어낸 이것들 때문에 권리이자 본능이기도 한  숨쉬기, 뛰어놀기, 소리 내기가 어색해진 우리나라의 아이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평생 마스크를 끼고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고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학교라는 곳을 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층간소음 때문에 많이 불편하신가요?


지금 우리 아이들은 집 밖에서도, 집 안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마음껏 숨 쉬며 뛰어놀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이해와 배려로 아이들에게 좀 더 자유롭게 숨 쉬고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한번 만들어 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8살 첫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