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만의 우주가 있다. 혹은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다.
19개월째 몸 담고 있는 데이터저널리즘팀, 맡고 있는 데이터 저널리즘 관련 업무에 대해 하나씩 정리해두는 게 필요하겠다 싶었다. 이제껏 여러 번 그랬듯이 충동은 나의 힘이다.
● CAR과 데이터 저널리즘
데이터 저널리즘은, 데이터를 활용한 저널리즘이다. 예전에 CAR(Computer Asisted Reporting)를 시대에 맞게 이름 바꾼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지금은 모든 기사가 CAR이니.) 모든 게 데이터가 될 수 있겠지만 조금은 좁혀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 도구를 활용해 통계기법 등을 활용해 정교하게 분석해 숨은 의미를 찾아내 보도하는 것이라고 하면 근접한 정의 같다.
2015년까지도 잘 몰랐다. 당시는 사회부에서 보건복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었고 그해 5월에 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엑셀도 할 줄 몰랐다. 감염자 수가 하나 둘 늘어 수십 명 수준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6월 들어 100명을 넘어서니 그냥 표를 그려 놓고 계산하는 것만으로는 감당이 안 됐다.
●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메르스 지도
그러던 때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에서 '메르스 지도'를 선보였다.(https://dj.kbs.co.kr/resources/2015-06-04/) 충격이었다. 아, 이런 게 가능하구나, 이렇게 보니 한눈에 들어오는구나, 이런 게 새로운 뉴스구나... 아예 생각도 못해봤던 것들이 구현돼 있었다.
방송기자로 시작해 그때까지 십 년 넘게 방송 기사만 써왔다. SBS 방송 기사의 영역을, 그리고 스스로도 '버전 업'하고 싶었다. 보건복지 분야만 봐도 이전에 2년 담당했던 경험이 있어 7년 만에 다시 맡았던 2015년, 그해에도 전보다 조금은 더 나은 기사를 쓸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럼에도 같은 버전 내에서 맴돌았던 느낌... 변화가 필요했다.
● 마부작침의 탄생, 그러나...
2015년 10월쯤, 당시 뉴미디어부장으로부터 신설 예정인 데이터저널리즘팀 합류를 제안받았다.(아마 그전에 얘기 나눈 적이 있었을 것이다. 뜬금없는 제안은 아니었으니.) 냉큼 하겠다고 하고 마침 그즈음 언론재단에서 개설한 데이터 저널리즘 교육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의 창립멤버이자 팀장으로 2016년을 열어갈 줄 알았다. 아무것도 준비된 건 없었으나 뭐라도 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데이터저널리즘팀은 탄생했다. 팀 이름은 마부작침 磨斧作針으로 붙였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의 사자성어인데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 분석해 바늘처럼 날카로운 팩트를 찾아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Data Journalism과 마부작침, 이질적인 듯 어색하기도, 그래서 더 어울리는 듯도 했다. 중요한 건 어떤 저널리즘을 보여줄 것이냐였다.
결과의 나머지, 나는 합류하지 못했다.
● 재수와 3수... 결과는
2015년 말 나는 12년 정도 경력의 기자로, 여기저기서 쓸모가 많았다. 출중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능력이 없었던 건 아니었겠지만)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았다고 할까. 결국은 타 부서로 배치받았고 데이터저널리즘팀엔 가지 못했다.
아쉬움이 컸다. 마부작침 쪽엔 관심 갖지 않으려 했다. 2016년 하반기, 한국 사회는 격동하고 있었고 연말 촛불정국은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그리고 정권 교체로까지 이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재차 데이터저널리즘팀의 문을 두드렸다. 인사권자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했다. 역시 결과는 또 합류할 수 없었다. 인사권자의 의지가 달랐다. 정기인사 뒤 다섯 달이 지나 노조 파견을 가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을 맡게 됐다. 데이터저널리즘팀에 갔더라면 반년도 지나지 않아 노조로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1년 2개월 노조 파견을 끝내고 복귀할 때가 됐다. 머지않아 '끝까지 판다'라는 별칭이 붙을 예정이었던 탐사보도팀행을 제안받았다. 고민하다 3수를 택했다. 2018년 6월 18일 자로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에 합류했다.
● 무엇을 말하려고 하나
처음 팀에 왔을 때, 일주일이 지났을 때, 이주일이 지났을 때까지 느낌은 막막하다는 것이었다. 19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고 특히 해외 유수의 언론에서 보여주는 데이터 저널리즘 기사들과 수준 차는 아직 크다. 국내에도 '메르스 지도'가 그러했듯 경탄하게 하는 기사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마부작침이 일궈낸 것들에 대해서는 기사 외에도 공유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이 매거진 연재는 그래서 시작한다.
*시작과 함께 자랑 한 자락: 마부작침은 2018년과 2019년 2년 동안 내부상 5개, 외부상 21개를 수상했다. 외부상은 이달의 기자상, 이달의 방송기자상 같은 매달 시상하는 상도 있으나 한국조사보도상, 양성평등미디어상 같은 1년에 한 번만 주는 상도 있다. 아래는 작년 12월 양성평등미디어상 대상을 수상하고 수상작 소개 및 소감을 발표할 때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