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예산회의록이었나
마부작침의 시행착오, 언제든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국회 예산회의록 분석>부터 시작한다.
어느새 세 번째다. 마부작침의 국회 예산회의록 분석.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진행 중이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이런 류의 기사는 사실 처음 방향잡기가 훨씬 어렵다. 그러나 더 솔직하게 말하면 성공한 작품을 이어받아 계승, 보완, 발전시키는 것도 수월하진 않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영화계 정설과 흡사하지만 그게 꼭 그렇지도 않다고 할까. 결론= 늘 어렵다.(징징)
마부작침 1기 멤버의 고충이 더했겠으나 그건 2기 멤버인 내가 세세히는 모르는 터, 내 경험 위주로 정리하려 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벌써 3년째 이어가고 있으니,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 분석> 보도는 마부작침의 대표상품이 되었다.
● 2019년 국회 예산회의록 분석에 착수하기까지
팀장을 맡고 다섯 달 정도 지났을 무렵, 어김없이 연말 예산국회가 시작됐다.
대한민국 난민 보고서, 위안부 영화 분석, 대법원 특활비 최초 분석, 유치원 감사보고서, 청룡영화상 분석 등 역시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나하나 배우고 다듬고 헤쳐가다가 맞닥뜨린 예산 심사... 이번엔 어쩌지?
고민과 상의 끝에 내린 결론, 이번에도 하자!
일회성 보도에 그치지 말자, 매년 누적해 데이터를 쌓아가며 보도하자, 언론이 이렇게도 감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회에 주자, 시즌이 돌아올 때면 독자들이 기대하는 보도를 만들어 가 보자, 정도로 의지를 다졌다.(앞의 셋은 의지대로 된 것 같은데... 마지막도?)
● 왜 우리는 국회 예산회의록을 분석했을까
기사에 매번 쓰고 있지만 여기서도 간단히 언급하고 가야겠다.
국가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주도해 정부 예산안을 작성한 뒤 국회가 심사, 의결하는 절차를 거친다. 회계연도 시작 120일, 약 4개월 전이 제출시한이기에 통상 9월 초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도착한다. 국회 심사는 이때부터 시작이다. 정부안 제출에 앞서 각 정부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각자의 예산안을 제출하고 이를 사실상 기재부가 심사해 정부안을 마련하는 절차가 있다. 부처 예산안의 제출시한은 5월 말까지다. 준비기간까지 감안하면 예산과 결산 절차는 연중 계속된다고 봐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매년 9월 정부안 제출 이후부터 국회의 예산심사가 가능하지만 관행적으로 대정부질문, 국정감사가 끝나고 10월 말부터 심사를 시작한다.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국회 본 회의 의결까지 거치면 새해 예산안이 확정된다.
마부작침은 이 과정에서 국회의 심사부터 예산안 확정까지 단계에 집중해 보도했다. 다른 예산심사 관련 보도와 차별화한 부분은, 말 그대로 국회의 예산회의록을 전수 분석 즉 전체를 보고 분석했다는 점이다. 데이터 저널리즘팀에서 하는 것인 만큼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보도와 연결하는 지점은 필수적이었다.
● 다시, 왜 예산회의록이었나
마부작침의 보도가 차별성을 갖는 지점은 데이터다. 데이터가 있어야 했다. 거꾸로 말하면 국회 예산심사 과정을 보도하게 된 이유는, 데이터 확보와 분석이 가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산 심사 과정의 기본 데이터는 심사 회의의 기록, 회의록이었다. 17개 상임위원회 중 비공개가 원칙인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6개 상임위원회와 산하 소위원회 회의 기록, 그리고 상임위 예비심사 이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기록과 전체회의 기록까지, 이 모든 회의록이 데이터였다. 2018년 예산 심사 회의록은 4,703장, 2019년은 5,453장, 2020년은 다시 줄어 4,795장이었다. 이걸 다 봐야 했다.
이것도 적지 않으나 이것만 본다고 기사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예산 심사와 확정까지 과정에 대한 분석 순서는 대체로 역순, 거꾸로 간다. 새해 예산이 확정되면 이 내용을 바탕으로 심사 과정이 담긴 회의록을 살피고 심사 전후의 심사 검토보고서와 심사 보고서를 보고 또 애초의 정부안과 설명자료를 살피는 식이다. 여기까지는 해야 기본적인 걸 마친 셈이다.
● 무지막지한 '노가다질', 그 이상의 한계
이 글을 읽는 독자들, 혹시 뭔가 마법 같은 도구를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2020년인데, 데이터저널리즘팀인데... 뭔가 코드 짜서 착착 넣으면 샤샤삭 정리돼 결과가 나오는 그런 것, 있지 않겠어?
미리 스포일하면 그런 건 없다. 다른 데도 없는 것 같다.
작년 11월 데이터저널리즘 컨퍼런스, 여러 언론사의 데이터저널리즘팀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노가다'라 다들 웃었다. 노가다를 순화하면 '막일' 정도가 될 텐데 그저 막일만이 아니라 일의 양이 굉장히 많다는 뉘앙스까지 포함하려면 어떤 말로 대체할 수 있을까. 대안이 없어 계속 쓰고 있는 '노가다질', 대개의 데이터저널리즘 보도 뒤편에 있다. 예산회의록 분석도 그랬다.
회의록이라는 틀은 같지만 내용은 매번 제각각, 이를 일일이 읽으며 확인하지 않고는 내용을 정리할 방법이 없었다. 여럿이 나눠 정리하더라도 재정리와 교차 검증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은 전체 회의록을 다 읽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좀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여러 해 반복하면 확실히 익숙해져 회의록 읽는 속도가 빨라지긴 한다.)
기본 데이터인 회의록의 산(그렇다, 만약 출력해서 쌓아놨다면 산 같았을 터)을 넘어도 끝난 게 아니다. 회의록은 말 그대로 각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전문위원 등의 발언을 속기해 정리한 기록. 음성을 문자로 옮기면 알아보기 힘들 때도 많다. 줄임말, 전문용어, 어떤 부분은 건너뛰었고 어떤 부분은 틀리게 말했고... 그런 것까지 잘 가려가면서 살펴봐야 한다. 그들만 갖고 있는 '자료'를 언급할 때면 더 혼란스럽다.
방대한 분량을 앞에 뒀을 때의 막막함, 제각각인 발언들의 함의와 속뜻을 파악해 정리하는 지난함을 극복해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한계가 적지 않다는 것. 구체적인 얘기는 다음 편에서 해보겠다.
*아래 왼쪽은 2018년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기사 화면, 오른쪽은 2019년 기사 화면을 캡쳐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