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대표상품: 예산심사 왜 그렇게 하셨어요?②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2020년 2월 2일, 2020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3편까지 출고했다.(3편 기사는 여기)
신종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라 더더욱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내 새끼 같은 기사들인데 아쉬운 노릇이다. 내일 종합기사 '마침'을 내고 하나를 더 낼지 말지 아직 결정 못 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따로 만들기로 했는데 신종 코로나 사태 인터랙티브에 치여 어떻게 할지(그것도 오늘 하나 냈다. 신종 코로나 감염자 관계망은 여기), 뉴스레터는 어째야 하는지, 총선 기사는 뭘 준비할지, 그 와중에 이번 주 쓰기로 한 기사도 있고 당장 내일 마감해야 하는 원고도, 페이퍼도 있고... 인생도처유마감... 아무도 쓰라 하지 않는 이것부터 쓰고 있다. 오늘은 치명적인 그 한계 이야기다.
● "너네 기사 문제 있다!"
1년 전 이맘때쯤. 방송리포트 2편, 웹 기사 9편을 우선 쏟아냈다. 나름 대표상품으로 키워가고 있고 기사 개수와 양도 많고 내용도 간단치 않아 신경 쓸 게 많았다. 모든 기사를 내보내고 한숨 돌리는데 부장에게 연락이 왔다.
"예산회의록 기사에 문제 있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얘기니?"
"네? 무슨 문제요?"
모 연구소 관계자가 친분 있는 선배에게 연락해 마부작침 예산회의록 기사에 문제 있다고 알려왔단다. 과거, 톱뉴스를 펑크 냈을 때라든가, 정부 고위 인사 인터뷰 내보내며 이름이 틀렸다든가 등 바보짓들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그렇다. 나나 우리 팀이 예산 전문가도 아니고 한 번 해본 기사의 방법론을 준용했다지만 문제가 없을 순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이제 기사 내보냈는데... 뭐가 틀린 거지?
떨리는 가슴 부여잡고 연락해보니 문제는 있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랄까 뭐 그런 것이었다. 기사를 고칠 필요도 없었다. 왜냐면 그건 근원적인 문제이자 한계였으니까.
● 512조 원, 8,454개를 다 심사한다고?.. 그걸 다 분석한다고?
2020년 국가예산, 512조 원이 조금 넘는다. (조금이라 해도 2500억 원) 예산은 분야, 부문, 프로그램, 단위사업, 세부사업으로 구성되는데 뒤로 갈수록 작은 단위로 세부사업은 모두 8,454개다. 이 사업을 그저 하나씩 세어본다고 해도 쉽지 않다. 그런데 고작 한 달 남짓한 기간에 그걸 심사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예산안을 짜는 이들은 엘리트 공무원이겠지만, 심사하는 의원이라고 해서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다. 대체로 머 좋고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이 적지 않다. 또 국회 전문위원들이나 보좌진 등이 돕는다. 그런데도 심사는 어렵다. 그렇게 심사도 버거운데 하물며 그걸 전문성 없는 기자와 분석가, 인턴 등 서너 명이 분석해 비판한다? 단편적으론 가능하겠지만 예산심사 전체를 세세하게 분석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이런 걸 미리 알았다면 안 했을 수도...)
● 왜 국회발 신규사업에 집중했냐면...
데이터저널리즘팀이기에 1편에서 말했듯 국회의원들의 심사 내역이 담긴 예산회의록을 근거로 분석했는데 2020년 심사에도 4700여 장이나 됐다고 하지만 전체 예산안 규모에 비하면 그것도 충분한 분량은 아니다. 그래서 그나마 살펴보기 수월한, 국회에서 새로 추가한 사업들에 집중했던 것. 2020년엔 487개, 8조 558억 원 규모였다.
적은 건 아니지만 전체 예산이 워낙 어마어마하다는 걸 떠올려보자. 전체 사업 수 8,454개에 비하면 5.8%, 전체 예산 512.3조 원에 비하면 1.6%에 불과하다. 그럼 나머지는?
● "국회는 예산심사 쇼를 하고 있을 뿐"
2020년도 예산안으로 정부가 제출한 건 513.5조 원, 국회 심사 후 확정된 예산은 512.3조 원. 정부안에서 9.1조 원을 감액했고 국회 심사에서 7.9조 원을 증액해 이를 합치니 1.2조 원 줄어들었다. 증액과 감액 예산이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17조 원이다. 490조 원 정도는 거의 건드리지 못했다고 봐도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이러다 보니 "국회는 예산심사 쇼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혹평하는 이들도 있다. 결국은 정부, 특히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주도하는 대로 될 뿐, 국회의 역할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이다 보니 마부작침의 분석과 비판은 전체 예산의 작은 부분 하나만 떼어서 비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근원적인 한계이자 문제이다. 앞부분에 적었던 마부작침 기사의 문제점이란 이런 한계를 뜻하는 것이었다.
● 왜 정부예산안에 미리 집어넣으려 했을까?
작년 8월, 국회의 예산심사가 시작되기 한참 전이자 정부예산안이 제출되지 않았던 시점에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자한당 의원들 전체에 "관심 사업을 정부예산안에 최대한 반영하려 한다"면서 1건씩만 정해서 회신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이다. 흔히 얘기하는 '쪽지 예산'은 예산심사 과정에서 밀어 넣는 건데 그 한참 전에 정부예산안에 반영해주겠다는 것.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다른 당에서 예결위원장 자격이 없다는 둥 맹비난이 쏟아졌다.
아마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만약 전체 의원들에게 공문을 돌렸다면 이것도 알려지긴 했겠으나 다른 당의 비판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예산심사 과정에선 매년, 공공연히 벌어지는 일이니까. 역시 예결위원장이 이런 구조를 잘 알고 있구나 하고 새삼 감탄, 또 심사 과정의 '쪽지 예산'은 일부 기록에 남아서 비판받으니 이걸 미리 해치워버리자는 계산이겠구나 싶어서 또 감탄! 김 위원장은 "미리 관심 예산을 파악하려는 순수한 목적이었다"라고 해명했는데 그 뒤로 관심 예산을 정부에 전달했는지 중단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 2021 정부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가즈아!!
국회 예산심사가 '쇼'라면, 정부가 쥐락펴락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예결위원장도 저런 시도를 하거나 해왔던 거라면? 정부예산안 작성 단계부터 분석하면 된다! 유레카!!
각 부처는 매년 5월 말까지 자체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다. 그러면 9월 초 국회에 제출할 때까지, 이를테면 기획재정부 차원의 예산 심사라 볼 수 있다. 이 기재부 예산심사를 분석하는 것! 그래, 이제는 2021 정부 예산회의록 전수 분석이다!
... 안타깝게도 정부는 회의록을 남기지 않는다. 아마 숱한 회의를 하고 그걸 기록도 하겠으나 공개할 의무가 없다. 국회 회의록처럼 발언 그대로 세세히 기록하지도 않을 것이다. 분석할 방법이 없다. 마부작침 기사에 문제가 있다던 그 연구소 측도 "그럼 정부예산안 단계는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요?"라고 묻고 2020 예산심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도 재차 문의했으나 "방법이 없죠"라는 답 외에는 내놓지 못했다.
● 그래도 궁리한다, 뭐라도 해 본다... 한계는 또 있다!
그럼에도 다른 방법은 없을까 궁리했다. 국회 예산심사를 분석하듯,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액과 기획재정부가 조정한 예산액, 그리고 국회에서는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해보는 건 의미 있겠다 싶었다. 아무래도 부처에서는 자기 소관 사업 예산을 더 확보하려 할 것이고 기획재정부는 깎으려 할 것인데 만약 기재부가 증액해 줬다면? 그런 예산이 국회에서 더욱 늘어났다면? 수상한 냄새가 스멀스멀 풍기지 않나. 그런 걸 찾아보려 했다.
결과는... 과정이 수상한 사업 몇 개는 찾았으나 입증할 수 없었다. 심증과 정황 증거만 있다고 할까. 어쨌거나 매년 한다고 해서 매번 똑같이 하지는 않는다. 문제와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예산회의록 분석을 마지막으로 다룰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한계(한계가 한 개 더 있다!)를 털어보겠다. 아, 난 재미있는데 고민이다, 읽는 분들도 재미있을지.
*2019과 2020 예산회의록 분석 방송 리포트의 한 장면(위-2019, 아래-2020)
*2019년과 2020년에 연속으로 다룬 영일만 횡단대로 관련 회의록 그래픽(위-2019, 아래-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