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브레비티'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스타트업, 악시오스 Axios의 뉴스룸 벽에는 점심 식사 때 튄 기름이 묻은 종이가 걸려 있다. 이렇게 쓰여 있다.
“간결은 자신감이다. 장황은 두려움이다. Brevity is confidence. Length is fear.”"
왜 중요한가
스마트 브레비티 Smart Brevity. 우리말로 옮기면 똑똑한 간결함 정도가 되겠죠. 이걸 기치로 내걸고 6년 전 창업한 미국의 미디어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특종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차별화된 형식으로 급속도로 성장했고 작년엔 약 7천억 원에 콕스 엔터프라이즈에 인수된 악시오스입니다. 그 악시오스 스타일의 글쓰기를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는 플랫폼을 내놓기도 했는데 창업자 3명이 '스마트 브레비티'의 비법을 알려주는 책을 썼습니다.
저의 고민
이제까지 특이한 책도 많이 읽어왔지만 이번 책도 좀 주저했습니다. 악시오스가 한국에 그렇게 널리 알려진 미디어도 아니고 또 설사 그랬다고 해도 괜찮을까 싶었죠.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돌린 건 결국 글쓰기나 말하기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시대를 막론하고 뭐를 하든지 간에 필요한 거니까요.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특히 참고할 만한 지점이 많습니다.
"시선 추적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하나의 콘텐츠를 읽는 데에 평균 26초를 쓴다. 클릭한 웹 페이지를 읽는 데에 쓰는 시간은 평균 15초가 안 된다.
놀라운 통계치는 또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가 방금 클릭한 것이 마음에 드는지 결정하는 데에는 0.01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니다 싶으면, 금방 마음을 닫아 버린다.
우리는 대부분의 글을 읽지도 않으면서 공유한다."
"우리는 길이가 깊이, 중요도와 일치한다고 배웠다. 선생님들은 단어 수 또는 페이지 수를 기준으로 과제를 낸다. 긴 기사가 더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지며, 두꺼운 책의 저자를 더 똑똑하다고 여긴다.
기술의 발전은 이렇듯 길이에 대한 집착을 작은 문제에서 고집스럽고 시간을 낭비하는 치명적인 결함으로 바꾸었다.
그 결과, 수십억 개의 단어들이 낭비된다.
집중해서 읽어야 할 업무 이메일의 3분의 1 가량이 읽히지 않는다.
신문기사 대부분이 읽히지 않는다.
책의 페이지 대부분이 펼쳐지지 않는다."
"우리는 또한 단순히 짧게 쓰는 것만을 목표로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솔직하고, 쓸모가 있으며, 시간을 절약하는 문장을 씀으로써 여러분의 글에 생명을 불어넣고 장점을 늘릴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이나 뉘앙스를 생략하지 말고, 지나치게 단순화하지 말아야 한다. "짧게, 하지만 얕지 않게." 우리가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다.
...
먼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분이 말하는 내용을 그저 훑어보거나 건너뛸 거라는 사실부터 받아들이자. 그러고 나서 모든 단어와 문장을 중요하게 만들어라.
더 많은 가치를 더 짧은 시간에 전달하라.
독자가 먼저다. 사람들은 바쁘고, 여러분에게 소중한 시간을 내줄 때는 기대를 갖는다. 독자들은 무엇이 새롭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 알고 싶을 뿐이다. 바로 그걸 알려 줘라.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방법과 스타일을 바꿔라. 당장."
왜 중요할까 Why it matters, 깊이 들어가기 Go deeper 등 악시오스가 실제로 기사에 쓰는 소제목 격의 말들입니다. 쉬운 말이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이제는 악시오스의 상징처럼 됐습니다. 독자의 소중한 시간을 절약하고 핵심만 똑똑하고 간결하게 짚어주자는 거죠.
"만약 머릿속 자아보다 청중이나 독자, 즉 동료, 학생, 이웃, 친구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간단해 보이겠지만, 바로 여기가 사람들이 빗나가는 지점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보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이 생각한다.
2021년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슬로바키아 가톨릭 신부들에게 설교를 40분에서 10분으로 줄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흥미를 잃을 것이라고 그는 농담을 던졌다. "가장 큰 박수를 보낸 것은 수녀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가장 큰 피해자였으니까요.""
디지털 시대, 누구나 어디에나 글을 쓰고 말을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예전보다 더 소통,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을 듯합니다. 과연 요즘 세대의 문해력 문제만 있을까요. 이제까지 글들은 모두 너무 길었고 장황했으며 독자보다는 자신을 더 생각했던 건 아닐까요. "스마트 브레비티하다"를 대명사처럼 쓰는 이 책 꼭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각자의 말하기와 글쓰기, 커뮤니케이션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요. 저는 그랬습니다.
*출판사 생각의힘으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