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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일도무사히 Apr 19. 2023

부부가 쉬지 않고 노는 이야기

편성준 <부부가 둘다 놀고 있습니다>

북적북적 377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듣기


“모건 프리먼은 50세부터 영화 경력을 시작했다고 한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독일 속담도 있다. 당장 생활비에 매달 은행에 내야 하는 이자를 생각하면 겁이 잔뜩 났지만 지금 아니면 영영 이 길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아서 떨리는 손으로 사표를 썼다. 회사를 그만두고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겨울 지나고 잠깐 봄, 그리고 여름으로 훌쩍 달려가는 것처럼 이상고온이 한동안 이어지더니 이건 꽃샘추위였을까요 싶은 날이 왔다가 강풍, 산불, 황사, 미세먼지.. 하루하루가 꽤 심란해 보이지만 이 또한 지나간 일상이 되겠죠.


갑자기 20년 다닌 회사를 그만둔 사람이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이 사는 배우자도 다니던 곳을 나오게 되면서 졸지에 두 사람 다 놀게 됩니다. 이들의 일상은 어떻게 바뀔까요? 잘 살 수 있을까요? 그중 남편인 편성준 작가의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에 담겨 있습니다. 


"회사를 안 다니면 정말 굶게 될까. 대학 졸업 이후로 직장 생활을 계속해 왔던 아내와 나는 집에서 술을 마시며 곧잘 이런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러고는 "둘 다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어쩌다 한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나머지 한 사람이 돈을 벌어 오면 되지"라는 속 편한 소리를 하고는 다시 술잔을 부딪쳤다. 그때는 회사를 그만둔다는 걸 상상하지 못해 그런 것이었다."


"논다는 것은 쉰다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회사를 다니지 않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은 남들이 원하는 것들을 하고 살아왔으니 이제부터라도 스스로 원하는 것들을 하며 살아보려는 것이다."


노란색 책 표지에는 엉성한 듯 아닌 듯 그려진 두 사람이 누워 있고 한 명은 책을, 한 명은 꽃을 들고 있습니다. 딱 봐도 놀고 있지만 아주 정성 들여 그린 것도 아니지만 대충 끄적인 것도 아닌 표지가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네요.


"완벽한 계획이나 설계도는 없다. 진정한 성공을 만들어주는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작은 응원과 호의라고 생각한다. 근심이 쌓여 발바닥이 뜨거워질 즈음엔 이렇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꼭 나타난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지날 때마다 생각한다. 이 역 이름을 처음 지을 때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 정말 누군가는 한 글자라도 줄이고 싶었을 텐데. 그러나 뭐든 노력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그냥 동대문공원이라고 하고 싶어도 '역사'와 '문화' 중 하나를 빼서 관계자들에게 욕을 먹을 생각을 하면 그럴 수도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인생은 몇 가지 목표나 가치로 홀딱 채워지지 않는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가족, 친구, 일, 휴식도 필요하고 재미나 의미, 성취, 야망, 좌절도 필요하다. 심지어 쌍년이나 개새끼들도 필요하다. 그렇게 온갖 잡것이 채워지고 하나로 섞일 때 인생이 완성된다. 그래서 인생엔 불순물이 많다. 우린 모두 공평하게 불순하다."


"나의 작은 바람은 사람들이 내 실수담을 읽으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위로를 받는 것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라는 아량을 넘어 '인간은 누구나 완벽하게 불완전한 존재다'라는 통찰에 이르기라도 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멀리서 보면 비슷한 듯해도 가까이서 관찰하면 디테일이 다릅니다. 세상에 80억 사람이 있다면 80억 개의 인생과 80억 개의 우주가 있고 부부나 커플이 수십 억 개라면 역시 그만큼의 삶이 있을 겁니다. 그때그때마다의 에피소드에 비슷한 듯 다른 듯한 저만의 에피소드가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나 때는 말이야 하는 건 그만큼 직간접적으로 겪어온 일들이 많아서가 아닐까 하는 자기 위로 내지는 변명도 해봅니다.


*출판사 몽스북으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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