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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일도무사히 Sep 14. 2023

판결문 데이터와 현장

호기심 때문에 저지른 범죄라고? <불법촬영 대한민국의 민낯> ④

방송 기사를 쓰는 데는 제약이 컸다. 불법촬영범의 시각에서 보는 듯한 영상은 촬영할 수도, 사용할 수도 없었고 그래서도 안 됐다. 범행 장면을 재연할 수도 없었다. 2019년엔 경찰 협조를 받아 불법촬영 단속에 동행할 수 있었지만 2020년엔 공보 지침이 바뀌어 동행취재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시민 참여를 이끌어낸 인터랙티브 페이지 제작은 아이디어나 시각화 수준이나 참여 열기나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특히 인터랙티브 페이지 제작과 참여를 넘어서 그 결과를 다시 기사화해 전달했던 건 이후에도 곱씹어보고 발전시켜 볼 만한 성과였다.


마부작침은 ‘불촬 대한민국의 민낯’ 프로젝트의 마지막에 시민 의견을 물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통해 2018년 불법촬영 범죄 중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던 유형 다섯 가지(여성의 신체 1회 촬영, 여성의 신체 50회 촬영, 성관계 동영상 몰래 촬영, 소형 카메라로 몰래 촬영, 불법촬영물 유포)를 선정해 보여주고는 자신이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를 선택하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나흘 동안 1,123명이 참여했다.

(이후에도 참여자가 늘었으나 분석은 우선 이 1천여 명을 대상으로 했다.) 


다섯 가지 범죄 유형 모두에서 ‘시민판사’의 선고가 실제 판결보다 무거웠는데 이를테면 징역형 실형을 선고한 경우가 거의 70%에 육박해 현실보다 4.2배가 많았다. 여성 참여자 비중이 많았고 아무래도 불법촬영 범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기에 이 결과를 그대로 전체 시민의 눈높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불법촬영 범죄가 더 무겁게 처벌받아야 한다는 데 공감과 지지를 보내준 이들이 많다는 건 부인할 수 없었다.



마부작침은 이 ‘불촬 대한민국의 민낯’ 프로젝트를 2019년과 2020년에 연속으로 진행했다. 2019년은 불법촬영에 이어 후술할 청소년성착취와 부부살인 프로젝트까지 성폭력 범죄에 대한 기획을 꾸준히 이어간 해이기도 했다. 마부작침의 ‘성폭력 범죄 3부작’ 프로젝트는 2019년 대한민국 성평등 가치 확산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양성평등미디어상 대상을 수상했고 이달의 방송기자상, BJC보도상, 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국내 데이터저널리즘 팀 중에서, 또는 국내 언론사 중에서 처음으로 수백 건의 판결문을 직접 분석해 기사를 썼다. 이는 판결서 인터넷 열람이 가능해진 덕분이겠지만 이를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마부작침이 최초 착안했기 때문이다. 이후 여러 언론사가 판결문 데이터를 분석해 좋은 기사를 쓰고 있다. 이 또한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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