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노르웨이의 숲'이 출간된 지 30년이 됐다고 한다. 물론 일본 기준.
당시 한국에서도 곧 번역해 출판했는데 정작 많이 팔리고 읽히게 된 건 이름을 바꾼 '상실의 시대'였다. 출판사는 문학사상사, 내가 읽은 것도 '상실의 시대' 버전이었다. 전반적으로 흰 톤의 바탕에 실루엣 비슷한 여성이 서 있는 듯한 하늘색이 좀 첨가된 표지가 떠오른다. 집의 책장을 뒤져보면 어딘가에서 나올 듯.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에 포함시켜 새로 번역하고 '노르웨이의 숲'으로 다시 출판한 뒤 서점에서 우연히 그 책을 봤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하면 일단 작가가 사망해야 하고;;; 좀 하루키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굳이 사지는 않았다.
이번에 30주년 기념으로 표지 갈이를 하여 다시 한정판으로 나왔다. 처음 출판될 때 상권과 하권을 빨강과 초록색으로 하고 제목은 세로로, 색상은 반전으로, 그렇게 출판사에 요청했다는 하루키의 후일담을 어느 에세이에선가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표지를 본따 상 하로 나누지는 않고 빨강과 초록을 절반씩 넣었다. 왜 그랬는지, 초록이 위, 빨강이 아래였다. 30년 전 책은 상이 빨강, 하가 초록이었던데... 아무려나.
상실의 시대 버전에서는 와타나베가 레이코에게 병원에 오기 전 과거를 이어서 듣다가 "세헤라자데 같군요"하는 대목에서 얼토당토 않은 주석을 달아놨던 오지랖 번역이 인상적이었는데(이후 개정판에서는 개정됐던 듯.) 이번엔 어떨까.
역시 상실의 시대 버전이지만, 읽고서 비틀즈에 꽂혀 이것저것 마구 찾아들었다. 가장 먼저 찾은 건 당연하게도 Norwegian Wood 였으나... 두근두근하다가 "띵 띵띵띵띵 똥땅똥똥.." 하는 전주에 실망했던 기억도... 듣다보니 좋더라. 비틀즈 가사대로면 Norwegian Wood는 '노르웨이의 숲'이 아니라 '노르웨이산 가구'인 건데 하루키가 착각해 제목을 잘못 달았다..는 주장들도 있다. 맞는 말 같은데 미안.. 바꿀게 하면 하루키스럽지 않다. 그냥 "여기는 Norwegian Wood가 '노르웨이의 숲'인 세계라고 생각해주세요" 정도 반응이 하루키다운 듯. 영어 제목 그대로 달았다면 피해갈 수 있었을텐데.
몇몇 기억에 남는 장면은... 초반에 기숙사 옥상에선가 반딧불이를 놓아주는 장면, 미도리에게 '봄날의 새끼곰' 을 언급하며 뒹굴거리는 장면, 레이코와 둘이서 비틀즈 노래 등 30여곡을 연주하며 나오코의 장례 치뤄주는 장면 등.
이렇게 줄줄줄 적은 건, '노르웨이의 숲'을 연말 북적북적 팟캐스트에서 읽으려고 맘먹고 출판사에 연락했으나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담당 에이전시가 유독 엄격하여 책 낭독이 불가하다고. 아쉬운 마음에 이렇게 줄줄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