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팟캐스트 북적북적을 옮기는 정도로 글을 적었는데 조금 더 많이 적어볼까 한다.
-영화 '군함도'를 개봉 첫날인 어제 봤다. 류승완 감독의 전작들 여럿을 재밌게 봤던 터였으나 - 흥행엔 성공하지 못했으나 <아라한 장풍대작전> 같은 현대 무협물도 좋았고 - 이 영화는 어떨까 싶었다. 8월을 앞두고 개봉하는 시기 하며, 일제 강제 징용자 이야기를 다룬 소재라든가, 송중기 소지섭 황정민 등을 앞세운 호화 캐스팅에, 스크린 80%가량을 독점했다는 논란에, 2백억이 넘는 제작비...
영화는 흥미로웠지만 산만했다. 많은 인물이 나오지만 제대로 살지 않았다. 우격다짐 격으로 러닝타임에 밀어 넣은 느낌이었다. 영화에서 가장 극적으로 변심 내지는 변신하는 게 송중기와 이경영일 텐데 이들이 변하게 된 동기가 확연하게 와 닿거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거의 전쟁 같은 장면들과 류승완 감독의 특기인 실감 나는 액션 신들 외에 가장 긴장이 고조됐어야 할 장면들이, 함께 고조되는 음악과는 달리 힘을 받지 못하는 듯했다. 아쉬운 지점이다. 류 감독이 욕심을 부렸나... 여러 기대를 조금 내려놓고 보면 재미있게 볼 수도 있을 것.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재미있긴 한데 막 아 궁금해 어떻게 될까 하면서 단숨에 읽게 되진 않는다, 내 경우지만. 아껴 읽고 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 책을 가지고 다닌 지 2주가 됐는데 이제 1권의 3분의 2 정도를 읽었다. 그 사이에 다른 책들을 마구 읽었고. 그럭저럭 하루키의 소설을 거진 다 읽었기 때문에 그런지 와타나베 노보루 라든가 그동안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이었던 '나'와 비슷한 성정과 사연을 가진 주인공이 아닐까 싶어서 그리 조급하지 않다. 앞에 읽은 부분을 잊을 정도로 간격이 뜸하지만 않으면 된다 고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소소하게 재밌다. 결혼 몇 년 만에 알 수 없는 이유로 파경을 맞고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고 갑자기 나타난 어떤 남자.. 등등. 유사한 듯 아닌 듯한 변주다. 그게 싫지 않아서 계속 하루키를 읽고 있겠지.
-'아날로그의 반격'은 사실 여기저기 기사도 많이 나고 상찬도 받고 있는 논픽션이라 약간 제쳐두고 있었다. 그런데 대개 그렇듯 충동적으로 구입, E-BOOK으로... 이북으로 산 논픽션을 끝까지 읽은 일이 거의 없는데 이번에는 실패하지 말아야지 하고 읽는 중. 책의 소재는 그렇다 치고 제목에서 드러나듯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면에서는 나를 돌아봐도 할 말이 많다. 내 또래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70~80년대 출생해 90년대와 2000년대 대학을 다니고 2000년 중후반부터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에겐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에 양다리 걸쳐 살면서 시행착오와 부지불식간 변화한 자신의 생활 등에 대한 경험이 대개 많을 것이다. 그런 것들만 풀어봐도 책 한 권은 나올 것. 저자인 데이비드 색스도 그런 걸 영리하게 포착한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 그런 앞선 영리함이 필요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