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북적북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일도무사히 Apr 02. 2018

내 방이야!... '한 시간만 그 방에'

  북적북적 131 '한 시간만 그 방에' 듣기


"한 시간만 그 방에 가 있어야겠다. 나는 복도로 몰래 빠져나가 커다란 재활용 폐지 수거함을 지나쳐 밖에 붙어 있는 스위치를 켜고 일곱 번째로 그 방의 문을 열었다…. 깨끗하고 하얀 벽이 등에 느껴졌다. 벽지에 손바닥을 대자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졌다. 서류 캐비닛에 머리를 기댔을 때 쇠의 감촉이 느껴졌다…. 잠시 후에 나는 실내가 더 밝아진 것을 느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내 모습은 과분할 정도로 괜찮아 보였다."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농담과 거짓말을 넘어 오해와 진실에 대한 성찰...이라고 아무말처럼 던져보는 생각도 들었던 소설을 가져왔습니다. 스웨덴의 대표 배우이자 작가인 요나스 칼손의 [한 시간만 그 방에]입니다.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는 건 아니지만 아첨꾼이나 예스맨이 아니라 대체로 인정과 존경을 받고, 어쩌면 감탄까지 자아내는 그런 사람. 사람들이 비위를 맞추며 아부하려 하는 그런 대상이라고 할까? 나는 새로 옮긴 직장에서도 되도록 빨리 전 직장에서와 같은 위치에 올라서리라 다짐했다."


"거울에 비친 남자의 눈은 놀랄 만큼 뚫어지게 집중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그 강렬한 눈동자로 나를 똑바로 노려보았고, 내가 가는 곳마다 나를 따라왔다. 나는 그것이 일종의 새로운 자산이라는 걸 단박에 깨달았다.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는 한 쌍의 눈. 나는 그걸 가졌다."


"아니, 당신은 완전히 사라졌어요. 마치 다른 어딘가로 가버린 것처럼.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곳에. 그런데 웬걸, 당신 안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지.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받지 않을 거냐고 물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더군. 마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어. 꼭 다른 어딘가에 가 있는 것처럼 말이야."


"내가 여덟 번째로 그 방 안에 들어갔을 땐 칼을 제외한 부서의 전 직원과 함께였다. 그들은 한 명 한 명 빠짐없이 그 방의 문턱을 넘었다. 나는 모두를 그 방 안에 들어오게 한 다음, 내가 그들의 사소한 장난을 간파했음을 알렸다. 배후의 주동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반드시 알아내서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 방 안에서는 쉽게 지난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다.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책상에 앉아 있던 그 모든 탁월한 결정권자를. 이 작은 공간에 다시 돌아와 있으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나는 그냥 그 기분을 만끽하며 오랫동안 그곳에 서 있었다."

비에른은 과연 정상일까요, 아닐까요. 그가 집착하는 그 방,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그 방에 집착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그 방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 방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회사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 동료들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 내가 그들에게 바라는 것, 나에겐 지금 그 방이라는 게 있을까, 당신에게는?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영원히 36살... '젊은 소설가의 고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