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순수이성비판1>을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역자안내) 인간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알겠다. 그것이 "혹성탈출"이 되었건 "매트릭스"가 되었건 인간의 종말은 이미 기정사실화 된 것 같다.
칸트의 초월논리학에서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순수직관을 바탕으로 감수성, 지식, 이성의 세가지 의식과 상상력, 판단력을 사용하여 직관과 인식의 과정을 통하여 세상을 이해하고 지식을 축적하고, 상호소통한다. 인간을 존엄하고 위대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세가지 의식과 두가지 능력이 결국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하고 존엄한 요소 '선한의지'를 발현시키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은 찬란한 과학, 특히 양자역학의 발전을 통하여 '시간'과 '공간'의 순수직관을 넘어서는 물리의 영역을 이해하고 기술발전에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시간'과 '공간'의 순수직관을 넘어서는 AI의 사고가 지배하는 세상에 "선한의지"의 장엄과 위대함은 깃들 여지가 없다. 사고는 사고로서 시간과 공간의 순수직관에 구애 받지 않고, 기술발전은 기술발전으로서 시간과 공간의 순수직관에 더 이상 구애받지 않는다. 이러한 기술발전의 결말이 인간을 위한 것일 수는 없다. 개, 소, 닭이 가축화됨으로서 오히려 번성하였다는 현대경제학 교과서의 궤변적 이론의 관점에서 인류의 번성이 도래할 수도 있겠지만, 그 세상은 이미 우리가 보듯 <인간의 시대>를 유지하는 근본요소인 "선한의지"가 깃들 여지가 없어서 인간의 장엄과 위대함이 반영된 것도 아니고, 인간의 장엄과 위대함을 위한 것도 아닌 것이다. AI가 주도하는 지구호는 <인간의 시대>역을 빠른 속도로 통과할 것이다. 어느날 지구상의 인류들을 한자루, 두자루 그렇게 인간들이 원하던 대로 화성으로 목성으로 실어나를 지도 모른다. 지구를 벗어나 인간의 존엄은 없고, 인간의 존엄을 내포한 화성인, 목성인은 존재할 수 없다.
칸트의 필생의 노고가 "인류의 공리와 존엄의 토대를 세우고", 이에 기초하여 "인류공영을 위한 도덕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일진대, 이제 인간의 시대가 종말을 고했으니 굳이 칸트를 읽는 것의 의미가 크게 반감되는 기분이다. 인류의 비밀과 존엄을 밝힌 인류 최대의 역작을 [공상과학 소설] 읽는 기분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마음 편하게 천천히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