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곤혹스러운 오늘이 감사하다.

by 쭈쓰빵빵

"아주 특별한 선물 감사"라는 둥!

"감사일기 쓰기 100일 챌린지"라는 둥!
감사에 관련된 책들도 정보들도 많다.
그만큼 감사하는 습관이 주는 행복이 큰 것이겠지

행복의 비결은 감사라는데
감사를 하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진다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땀을 흘리는 노동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불평불만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늘어놓고 장편 소설로도 연재할 수 있을 만큼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할 텐데 삶 속에서 그 감사 한마디가 나는 참 어럽다.

나도 언젠가 감사 일기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시도는 해봤다.
그러나 3일을 못 간다.
쉽지만 나는 못하는
"감사"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진심으로

내가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왔던 순간이 언제인지.

가볍게는 이럴 때였을까?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나보다 먼저 버스정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버스를 놓치면 약속 시간을 30분이나 늦게 된다. 나는 버스에 올라타기 위해 미친 듯이 뛰어가는데 기사님이 날 보고 잠시 기다려준다. 다행히 버스에 올라탔다.

그럼 숨을 헐떡이면서도 감사 인사가 절로 나올 것 같다.

그 상황에선 버스 기사님께 감사를 하지 않는 것이 더 힘들 것이다.

그런데 이런 순간에도 감사가 나올까?

눈앞에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지나간다. 이 버스를 놓치면 회사에 30분 지각. 죽어도 이 버스를 타야 한다.

온 힘을 다해 버스만 보고 뛰어가다 미쳐 보지 못한 발 밑에 있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버스는 내 눈앞에서 떠났고 내 무릎에선 피가 철철 흐른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깨진 무릎을 부여잡고도 이 상황에 대해 감사할 수 있을까?

어휴! 나는 못한다.

감사는커녕

'나는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어! 하고 욕부터 튀어나올 것 같다.

그런데 그 순간

도로 위로 트럭 한 대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다른 차와 충돌해 큰 사고가 났다.

내가 넘어지지 않았다면 보나 마나 불나방처럼 차도로 뛰어 들은 나와 달려드는 트럭이 정면 충돌해 그 자리에서 내 목숨을 잃었을 일이었다.

그걸 알아채는 순간!

분노는 감사로 바뀔 것이다. 감동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 기도가 절로 나올 터이다.

누구든 위와 같은 상황에선 자연스럽게 감사를 할 수 있다.

감사는 특별한 의식이 아니다. 부단히 애를 써서 노력해서 행해지는 일도 아니다. 특별히 선하고 도덕적인 사람만이 하는 것도 아니다.

한두 번은 어떻게 애를 써서 한다고 쳐도 억지로 무언가를 지속할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행동으로 이끌릴 수밖에 없다.

나에게 좋은 것이 주어졌을 때

득이 됐다고 느낄 때

애쓰지 않아도 감사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렇지만 바닥에 주저앉아 피를 흘리는 무릎을 부여잡고 있는 이 순간이 나의 목숨을 지켜 준 순간이다.라는 것을 나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누가 봐도 "오늘 일진이 왜 이렇게 사나워!"라고 불평불만을 늘어놔야 마땅한 순간이 더 큰 불행을 막기 위한 나에게 최고의 행운의 순간이었음을 나는 어떻게 알아차려야 할까?

아쉽게도 우리는 한 치 앞의 미래를 알 수 도 없고, 막상 닥치지 않은 일을 확인할 방법도 없다.

사실 내일 일어날 일도, 당장 1분 뒤 일어날 일조차도, 정말 한 치 앞도 알 길이 없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게 나에게 득이 되는 일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진실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이다.
나는 종종 안 좋은 일로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치달을 때
속으로 주문처럼 이렇게 대뇌 곤 했다


내게 무엇이 좋은 일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 말은 때론 내게 안정감을 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낄 때 몸과 마음에 긴장이 조금 풀린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없다고 느끼니, 뭔가를 애써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저 버스를 놓치면 난 끝장이다.라는 생각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면 저 버스를 놓친 것이 천운이다.라는 더 확실한 진실을 놓치고 만다.

그러면서 인간은 망상에 빠지고 불행의 늪으로 기어 들어간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라는 마음가짐.

그럴 때 내게 오는 불행도 진짜 불행이 아님을. 나쁜 일로 다가오지만 어쩌면 그 이면에 더 큰 행운이 숨어 있음을 알아챌 수 있을지도. 그래서 절망의 그 순간에도 진심으로 감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내 기도는 이러하다.

내가 옳다고 믿는 어리석은 마음을 내려놓길 원합니다.

내가 좋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실은 최고로 행운의 순간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지혜의 눈을 허락해 주세요!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