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최악의 상사가 되어있었다

by 쏘달리고

24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 중에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인간관계였다.


아무리 힘든 일도 하다 보면 끝이 보였고, 어떻게든 해결이 되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일도 결국은 끝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된 거다. 하지만 감정이 뒤섞인 관계에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없었다.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은 날카로운 감정이 오가며 상처를 남겼고, 일에서 오는 피로감에 더해 그 상처들이 쌓이면서 서로의 간격을 더 벌어지게 만들었다.


30대 중반에 팀장을 맡은 후부터는 상사보다 팀원과의 갈등을 더 많이 겪었다. 내가 맡은 직책에 맞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욕심은 오롯이 팀원을 향한 화살이 되어 날아갔다.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데, 업무 처리가 느린 팀원을 보면 속이 터졌고 슬슬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팀원이 작성한 차트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이나 다시 작성하라고 반려한 적도 있었다. 업체에 보내는 메일을 두고 “일목요연하게 쓰지 못하냐” 며 건조하고 신경질적인 핀잔을 툭툭 던지곤 했다.


일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팀원에게는 더욱 거칠게 감정을 쏟아 냈다.


‘왜 나처럼 빠르게 업무 처리를 못 하지?‘

’왜 나만큼 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지?’

‘일을 하기 싫으면 나가야지, 왜 피해를 주지?’


이런 생각이 쌓일수록 내가 불만을 가진 팀원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갔다.


어느 날 팀원이 하는 일에 하나부터 열까지 지적하는 내 모습에 흠칫 놀랬다.

팀원에게 내 일방적인 감정과 기준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모습이 어릴 적 신입사원 시절 내가 가장 싫어했던 상사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그들과 같이 내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했고, 상대가 나처럼 바뀌기를 바랐다.

필터링되지 않은 나쁜 감정들은 고스란히 팀원의 가슴에 대못처럼 박혔다.

스스로의 작고 나쁜 습관 하나 바꾸는 것도 어려운데 상대에게 나처럼 하라고 따라오지 못하면 답답해했다.

마치 내가 하는 것이 다 옳은 것처럼.


나의 꼰대 같은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자 이전에는 못 했던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상대방을 바꾸려 하기보다 내가 도와줄 건 없는지, 내 일처리 방식이 팀원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먼저 살펴야 했다. 내 태도와 행동이 잘 못 된 점은 없는지 팀원의 의견에도 귀 기울였어야 했다.


이런 생각을 한 후로 팀원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떤 업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힘든 점은 무엇인지.


내가 자주 나무라던 한 팀원이 보였다. 그 팀원은 남의 시선을 유독 신경 쓰는 사람이었고, 본인이 한 일에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서 업체에 메일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 두려움이 있어 빠른 업무처리가 어려웠던 것이다.

자신감을 북돋아 줬어야 하는 팀원의 자존감을 더욱 짓눌러버렸다는 사실에 부끄러웠고, 팀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내가 아니어도 스스로를 괴롭혔을 팀원을 더욱 힘들게 한 최악의 팀장이 바로 나라니.


그날 이후로 나는 상대방을 내 기준과 생각대로 판단하지 않고 먼저 관찰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팀원의 고충이 무엇인지 들어주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함께 노력해 보기로 했다.

서로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없애기 위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만의 생각에 갇히지 말자. 내 생각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직장 내 인간관계를 힘들 게 하는 것은 ‘내 생각이 옳다’는 아집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