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있는데 2세는 포기한 거지? 노력을 하고 있나?”
어느 날 상사와 업무 이야기를 하던 중 무심코 던져진 질문이었다. 고령의 나이에 아기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마음이 늘 속상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상사에게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5초 정도 침묵이 흐르고 나는 단호하지만 여유로운 척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상사에게 한마디 했다.
“상무님, 지금 하신 말씀은 선을 넘으셨는데요. 제가 알아서 잘할게요.”
“어, 어… 그래. 내가 좀 선을 넘었네.”
상사는 순간 당황한 듯 말 끝을 흐리며 말했다. 이런 순간이 비단 한번뿐은 아니었다.
24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각양각색의 무례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은 내가 분노하는 지점을 기가 막히게 건드렸다. 그럴 때마다 감정이 폭풍처럼 밀려와 퇴근길에서도 ‘아, 그때 그 말을 했어야 했는데.’ 라며 분노했다.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스스로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아니라 무례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태도와 언행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자기가 제일 우선이고 자기 말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한다. 혹은, 자신의 말이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하고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다. 결국 그런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감정을 쏟으며 나를 갉아먹는 일은 내 품격을 낮추기만 할 뿐 나를 지키는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상대가 무례한 말과 태도를 보일 때 기분 나쁜 감정을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쌓이고 쌓여 결국 자존감마저 무너트린다. 그렇다고 화를 내라는 건 아니다. 화가 나는 순간 바로 반응하는 대신, 잠시 숨을 고르며 ‘이 사람에게 내 에너지를 쓸 가치가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제는 상대가 무례한 태도를 보일 때 거기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이 사람은 무지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지나친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그런 태도를 보이면 단호하게 내 생각을 말해준다. 이후 상대가 날 대할 때 조금은 조심하는 것처럼 느낀다.
24년이 걸렸다.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해 ‘웃으며 방어하는 법'을 배우기까지. 그리고 지금도 훈련은 계속되고 있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를 마음속에 품고 속앓이 하고 있다면, 당신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누군가의 무례함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며,
당신은 그 사람에게 당신의 소중한 에너지를 단 1퍼센트도 나누어 줄 이유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