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말을 잘 듣는 사람일까 아니면 마음을 숨기는 사람일까.
지난 몇 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누구에게나 착한 사람이 되려고 애썼다. 상사에게 후배들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 내 감정보다 그들의 감정을 먼저 살폈다.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조급함과 두려움을 키웠고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우울감으로 흘러넘쳤다.
30대 중반, 팀장의 자리에 있을 때도 팀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을 따르지 않으면 목소리가 커졌고, 칭찬에는 인색했다. 일은 열심히 하는 팀장이었지만 팀원을 진심으로 챙기는 태도는 서툴렀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팀원들 사이에 내가 낄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몇몇 팀원만이 나의 안부를 물었고, 함께 하자고 손 내밀어주었다.
하지만 그 손길이 어색해서 매번 거절을 했다. 괜히 그들의 영역에 내가 침범하는 기분이 들어 괜찮다며 일부러 자리를 피했다.
어느 날 늦은 밤까지 야근을 하던 시간이었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리에 앉아 있어 무슨 상황인지 보이지 않았지만 냄새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배달 음식을 주문해 테이블을 세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한테는 같이 먹자는 말이 없었다. 투명인간 취급 당하는 기분이 들었고 속에서 알 수 없는 분노가 조용히 올라왔다.
‘같이 먹자는 말도 없이 어떻게 지들끼리 먹지. 나를 무시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생각은 내 기분을 더 가라앉혔고 자책으로 이어졌다.
‘나는 사회생활을 못하나. 나를 다 어려워하고 싫어하나.’라는 생각들이 시간이 갈수록 깊게 내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편하게 먹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고, 내 입장에서는 누군가 나를 챙겨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뿐이다.
서운함은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기대의 방향에서 시작된 감정이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관계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손 내밀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걸.
누군가 먼저 나를 챙겨주길 바라는 마음은 오히려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마음을 열고 상대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먼저 챙겨주고 관심을 가진다면 상대는 그 마음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착한 사람이 되기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 나는 먼저 다가가기 시작했다.
요즘 고민하는 일이 무엇인지? 즐거운 일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조용히 들어주었다.
한번 물꼬가 트이면 상대는 묻지 않았던 이야기까지 꺼내놓았다.
늦은 밤 야근으로 이어질 때면 내가 “떡볶이 어때? 내가 쏠게"라고 말하며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예전 같으면 ‘나이도 있고 직급이 있는데 내가 왜 해야 하지.’라고 자존심을 앞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존심은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쓸모없는 벽일 뿐이었다.
그런 작은 행동들이 쌓이자 직원들은 나를 조금 더 편하게 대해주었다.
주말에 등산을 가자고, 평일에는 달리기를 함께 하자며 먼저 다가왔다.
그런 시간이 지나며 나는 관계보다는 먼저 나를 바꾸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변화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관계는 상대가 바뀌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변할 때 조금씩 달라진다.
내가 붙잡고 있던 건 보잘것없는 자존심이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