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건 두려움이지만, 머무는 건 선택이다

by 쏘달리고

“회사에서 누가 제일 오래 근무하셨어요?”


새로 입사한 직원들이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다른 그룹사를 제외하면 나는 두 번째로 회사를 오래 다니는 직원이다. 한 직장에 오래 있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도 따라온다. “그래서 회사는 언제 그만 두실 거예요?” 마치 회사란 다들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곳이고, 우리는 잠시 머물고 있는 것처럼.


퇴사를 고민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5년 차, 10년 차… 5년을 주기로 찾아오는 무기력.

관계에 상처받고 비교에 지쳐서 이제는 그만해야 하는 생각도 했다. 경력이 올라갈 수 록 나를 깎아내리는 구조에 숨이 막힐 때마다 이럴 거면 빨리 잘라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다 떠날 때 두려움이 밀려왔고 용기가 나지 않아 버티고 있었다. 마흔 이후의 경력직을 과연 받아줄 회사가 있을까. 나는 과연 뾰족한 무기를 가진 사람일까. 계속 나를 의심하며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버티는 게 아니고 겁이 나서 나가지 못했다.


그 불안을 읽어 내린 것처럼 상사는 하나부터 열까지 시비를 걸었다. 내 실수가 아닌데도 교묘하게 나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었다. 다른 직원의 잘 못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나를 과녁 삼아 고성을 내뱉으며 제대로 팀원 관리를 못해서 그런 거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 상황이 억울하고 분통이 터졌다. 당장 사직서를 상사 얼굴에 던지고 나오고 싶었지만 감정에 휩쓸려 나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무너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다. 내가 나를 존중하는 상태에서 올바른 선택말이다.


깨달음의 시간을 가진 후 회사는 나의 1순위가 아니게 되었다. 내가 가장 최우선 1순위였다.

어떤 선택에 앞서 좀 더 나를 정비하고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게 더 중요하고 그 시간이 필요했다. 도망이 아니라 준비된 이동을 하고 싶었다. 버티는 건 두려움 때문이지만, 머무는 건 선택 때문이다.


관점을 바꾸니 회사생활도 달라졌다. 주어진 9 to 6의 시간 동안 내가 작은 대표가 된 것처럼 주도적으로 일했다. 불안 속에서 나만 바라봤던 좁은 시야에서 좀 더 넓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남들의 시선에 매달리기보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팀원들과 소통하며 기록을 남기고 업무를 아카이빙하며 나의 자산을 쌓기 시작했다. AI 와 노션을 활용해 시간관리, 전문 지식을 업무와 대입시키면서 일했다.

회사에 매이는 대신 회사 안에서 나를 준비하기로 했다. 발전을 위해 공부하고 나만의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퇴사는 끝이 아니다. 그렇다고 남아 있는 것도 실패는 아니다.

중요한 건 떠다느냐 남느냐가 아니라 내가 나를 지키는 상태에서 선택하고 있는 가다.


나는 두려워서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무기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온전한 나의 선택으로 당당히 움직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