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고 후회했던 일은 남한테 인정받고 싶어서 애쓰느라 삶을 허비한 것이다. 그것에만 신경쓰다보면 일이다 마무리 된 뒤에 밀려오는 건 허무함뿐이었다.
대학 졸업 후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바로 취업을 했다. 첫 직장은 중소기업이었지만 규모도 꽤 크고 나름 체계가 탄탄한 회사였다. 자리를 배정받고 내 이름이 적힌 명함과 사원증을 받았다. 20살 초반의 나는 사회인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의욕이 넘쳤다. 팀장님과 팀원들의 소개를 받으며 인사를 나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뭐든 시켜만 주세요.”
그러나 현실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윗 사람들의 커피 심부름 부터 시작됐다. 회의록을 정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주된 업무였다. 서류를 제출하면 팀장은 띄어쓰기, 표 작성, 글자 크기까지 트집을 잡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심한 호통을 치며 서류들을 얼굴로 던졌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다.
서류를 주섬주섬 주워 들며 남들의시선을 피했다. 불쌍하다는 표정을 보게 될까봐 눈을 들 수가 없었다. 서둘러 다른 층 화장실로 달려가 ‘쿵쿵’ 벽에 머리를 박았다.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무시할까.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걱정 뿐이었다.
팀장과의 거리는 잘 좁혀지지 않았다. 한 번 미운 사람은 쳐다도 보기싫고 말 섞기도 싫었다. 처음에는 별 문제가 아닌 것 같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상처는 더 깊어만 갔다.
팀장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눈치를 봤고,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주위의 반응을 살폈다. 실수를 하면 어쩌지 두려움이 커지니 점점 움츠려들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모든일에 자신감이 없어졌다. 타인의 평가에 흔들렸으며, 점점 스스로를 탓하며 좌절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아직 사회 초년생이라 경력도 없고 힘이 없으니 회사에서 인정받아 팀장이되고 높은 위치에 오르면 다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20여년의 직장생활을 거쳐 차장이 되고나서 깨달았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록 신경써야 하는 일들은 더 많고, 눈치 볼 것도 많아진 다는 것을. 상사의 눈치, 부하직원의 눈치. 조직의 분위기 등 위 뿐만 아니라 아래까지 봐야하니 이것 또한 쉽지 않았다.
가식적인 웃음을 짓고, 타인의 평가에 대한 집착으로 나의 에너지를 소모시켰다. 시간이 갈수록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잃어 가고 있었다.
결국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건 직급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정작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치와 보람을 느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남들에게 받는 인정이 아니라 스스로의 만족과 보람이었는데 말이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좌절했고, 타인의 말에 흔들리며 살아왔지만, 그러기에는 내 삶이 너무 소중하다.
인정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 이제는 내가 주도적인 삶, 나를 믿고 할 수 있는 일,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말고 이제는 나에게 떳떳해야 한다.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 깨닫고 만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얼마 전 후배와 저녁 식사 자리에서 후배가 말했다.
“요즘 야근하는 날이 많아서 퇴근이 늦어. 그래도 성취감이 있어서 버티면서 일해.
상사에게 칭찬 받으면 더 잘하고 싶어지거든.”
그 말이 참 낯설지 않았다. 한때는 나도 그랬으니깐. 오래 전 나를 보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도 예전에 그랬는데, 결국 다 소용없더라.
회사에 늦게까지 애쓰는 시간 말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봐.”
남에게 인정 받고 싶은 애쓰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그동안 허투루 썼던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이제는 남을 위한 삶이 아니고 나를 위해 사는 삶을 선택해야 한다.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첫 걸음이다.
고명환 작가의 <고전이 답했다.> 책에 담겨있는 내용을 함께 공유해 본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하루를 살아도 내가 믿고 내가 깨닫고 내가 결정한 삶을 살아야 함을.
그 신념앞에서 죽음도 두렵지 않음을.
하루를 살아도 나로 살아야 한다.
나로 산다는 것은 자기 의지대로 눈을 부릅뜨고 끝까지 목표를 향해 한 발짝 내딛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