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업체 사람을 만나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지금 회사에서 얼마나 근무하셨어요?”
“아, 저 14년차요.”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와, 정말 대단하시다. 14년동안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게 보통일이 아닌데.”
이런 말을 들으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잘하고 있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더 나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뜻일까.
지금 보다 나은 조건으로 타 회사에서 스카웃 제의도 있었지만 거절하고 이 회사에 남았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오랫동안 근무한 회사에 안정감을 느끼면서 안주하고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그 안정감은 편안함이 아니라 나에게 독이 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회사 재정이 나빠지면서 찬바람이 불었다.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혼자 남겨지면서 불안한 감정이 더 극심해졌다. 냉정하게 내보내는 회사가 차갑게 느껴졌다. 언젠가 나도 똑같은 상황을 겪게 될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졌다.
그리고 얼마 후 인원을 또 다시 감축하고 조직개편이 있었다.
내가 배정된 팀은 새로운 것을 발굴해 매출을 달성해야하는 신생팀이었다. 이후 몇 달동안 성과의 압박을 받았다. 바로 윗 상사는 이런 상황을 모른채 했고, 자기가 대표라도 되는냥 나를 부렸다.
업무 시간에는 사소한 일로 직원들 앞에서 일부러 큰소리를 치며 호통을 쳤고,회식을 할때면 술에 취해 이런 말을 했다.
“야, 너 내가 곧 내보낼거라고. 3월? 5월?”
상사였지만 배울 점이 없었고, 중요한 결정 앞에 회피하며 모든 책임을 나에게 떠넘기려고 했던 사람.
그때 부터 였을까. 신뢰할 수 없었던 상사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갔다. 그도 나의 태도에 불만을 갖기시작했다.
이런 비난을 받으면서 까지 더 이상 이 곳을 다니고 싶지 않았다. 이제 그만 할 때가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능력없는 상사를 꺽어 보고싶은 마음도 컸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혼자 최선을 다해 만든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 프로젝트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생각보다 큰 기회를 얻었고, 내가 맡은 팀은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상사가 장담하던 5월이 지났고, 이후로 2년이 더 흘렀다.
나는 여전히 회사에 남아있었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팀을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자랑스럽거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직장이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톱니바퀴의 부품처럼 회사를 위해 하루하루 헌신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다. 회사일 외에는 할 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몇 십 년동안 회사에 바친 세월의 대가로 ‘14년 차 근속‘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을 뿐이었다.
회사일만 잘하면 되는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곧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나오는 순간 내가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되는 거라면 그건 내 능력이 아닌 것만 같았다. 나이가 들고 연차가 올라갈수록 퇴직 후의 나를 생각하니 한 가지 생각은 확실해 졌다.
"버티는 건 능력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커지자 단순히 직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고 싶었다.
회사에서 매일 꽂아 주는 월급을 받으며 안주하는 삶이아니라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어졌다.
내 자신을 돌아본 적이 없었던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지?'
답을 찾기 위해 질문에 대한 생각을 쓰기 시작했다.
이 시작이 나의 첫 번째 글쓰기였고, 새로운 도전 이었다.
새로운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내 안의 가치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가능성을 믿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