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동료, 어려운 인간

by 쏘달리고

오랜 시간 회사 조직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상사 부터 후배 직원들까지.

부팀장을 맡으면서 함께 일하던 후배 직원들이 내가 책임지고 관리해야할 대상이 되었다.


팀장은 팀원들과의 소통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오로지 위 상사의 손과 발이 되어 최선을 다해 행동했다. 상사가 좋아하는 식사와 골프 자리를 마련하고 눈치만 살폈다. 일은 그의 우선순위에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나에게 물었고 해결 방안이나 대안도 알려주지 않았다. 모든 걸 내가 오롯이 책임져야 했다.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지고있던 나는, 업무가 미결되거나 늦어지면 직원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일을 세심하게 살피고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으니 직원들은 숨 쉴 틈이 없었다.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업무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팀원 모두가 나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나의 일처리 방식에 질린듯 냉랭해진 사람도 있었다.
업무 외적인 나의 모습을 좋아하던 팀원들은 몇몇 사람들에게 내가 미움받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가끔씩 나에게 전화해서 속상함을 토로하곤 했다.


어느날은 퇴근 후 술에 취한 팀원에게 전화를 받았다.


“저는 쏘달리고님을 너무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은 안그런가봐요. 맨날 저에게 쏘달리고님에 대해 욕을해요. 그걸 들으면 마음이 좋지 않아요.”


술이 취해 혀가 반쯤 감겨 정확한 발음은 아니었지만 그 진심이 담겨 있어 너무 고마웠다.

나는 말했다.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수 없어. 한 사람이라도 나를 좋아해주면 그걸로 너무 감사한 일이지.

이렇게 나 대신 속상해해 주고, 전화까지 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며칠 뒤, 그 팀원은 업무적인 일로 나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그 팀원은 평소 보고서 작성이 성의 없었다. 그날도 정리되지 않은 서류를 가져왔다. 보고서를 보며 하나하나 잘 못 된 부분을 표시한 뒤 다시 수정해서 가져오라고 했다.


그는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 가더니, 책상에 서류를 내 던지며 혼자서 짜증을 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다시 그 팀원을 불렀다.


“지금 업무 태도가 뭐죠? 일이 장난입니까?”


“저 못 하겠어요.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업체 잘못한 걸 제가 왜 수습하고 정리해야 해요?”


팀원은 감정이 고조된 채 눈을 치켜뜨며 나를 노려봤다. 화가 치밀었지만 나는 차분히 말했다.


“지금부터 그 일에서 손 떼세요. 내가 할 테니.”


나는 문제를 수습하고 적당한 협의점에서 업체와 조율해서 거래를 마무리 지었다. 이후 그 직원은 나에게 죄송하다며 당시의 태도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예의 없는 태도는 나를 더욱 실망 시켰다. 그리고 일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을 곁에 둬봤자 나만 힘들어 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건 일이 아니라 사람이다.

일에는 메뉴얼이 있지만, 인간관계에는 없으니깐.


어제의 좋은 동료는 오늘의 나쁜 동료가 될 수 있다.

어떤날은 날 살리고, 어떤 날은 나를 미치게도 한다.


과연 좋은 동료란 어떤 사람일까?


얼마 전 새로 입사한 팀원 한명이 있다. 맡은 일에 성실히 임하고 책임감과 배려가 충분히 갖춰진 사람이었다.
내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고, 요청하는 일은 신속하게 처리를 했다.

모르는 업무가 생기면 스스로 충분히 생각 한 후 질문했다. 자기 생각을 명확히 말하고 상대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긍정적이고 다정한 태도는 팀의 공기를 조금씩 바꿔놓았다.

나 역시 달라지기 시작했다. 업무를 하면서 지시가 아닌 소통으로 업무를 하고, 동료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려고 했다.

나의 성장과 팀의 성장을 위해서.


좋은 동료란 결국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타 팀의 직원 중 나와 가깝게 지내는 동료가 있다.
내 삶의 방식과 태도를 인정해주고 응원해 주며, 함께 성장하고 싶어 하는 직원이었다.


나이와 직급의 차이가 많이 났지만 그는 스스럼 없이 나에게 다가와 러닝과 같은 공통의 취미부터 미래에 관한 진취적인 얘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쌓아갔다.

저녁을 먹으며 회사 이야기 뿐만 아니라 30대에 고민하는 부분도 함께 나누며 앞으로의 방향을 이야기 했다. 시간을 맞춰 가까운 산으로 등산도 하며 서로를 응원했다.


업무적으로 부딪히지 않으니 이런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 동료 모두 서로가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타인의 행동과 태도에 너무 상처받지 말고 관계에 대해 너무 연연해 하지 말자.


좋은 동료는 나를 편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결국 중요한 건 ‘함께 성장하려는 마음’
그 마음이 진짜 좋은 동료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