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회사가 전부였다. 성과가 나의 가치였고, 상사의 평가가 나의 존재 이유였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나는 나를 끊임없이 소모했다.
업무가 맡겨지면 살을 에리는 추운 겨울, 찬바람 부는 현장 속에서 밤을 새워가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팀원들과 새벽까지 일하고, 새벽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올해도 높은 성과를 내자”라고 외치며 팀을 이끌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때마다 나라는 존재가 회사 안에서 증명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야근도 마다 하지 않았고, 맡기지도 않는 책임을 스스로 떠안았다.
상사가 좋아할 만한 일을 했고, 실적을 위해 감정도 숨긴 채 최선을 다해 일했다.
칭찬을 받으면 살 것 같았고, 그렇지 않으면 우울감이 몰려왔다.
상사는 그런 나를 최고의 직원이라고 소리 높여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다.
회식 자리가 있는 날이면 상사는 술버릇처럼 이런 말을 했다.
“다른 팀원은 다 필요 없어. 나는 일 잘하는 ‘쏘달리고’ 한 명만 있으면 돼.”
이런 말을 들으면 감정이 묘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며 야릇하게 기분이 좋았다.
도도한 척 행동했고 내가 정말 잘하는 사람인 양 자아도취에 빠져 거만한 태도를 취했다.
상사가 나를 열렬히 지지해 주니 무서울 것도, 겁낼 것도 없었다.
나는 어느새 내가 정상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것이 다 옳았고, 다 잘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과를 만들기 위해 몇 달을 쏟아부은 프로젝트의 공이 윗사람에게 돌아갔다.
모두가 그를 칭찬했고, 그는 초고속 승진까지 하게 되었다.
그 상황을 지켜 보는 순간 허무함이 몰려왔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렇게 애쓰는 걸까.”
그 질문 앞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날 받은 충격 때문에 며칠 동안은 무기력하게 일을 하는둥 마는 둥 시간을 보냈다.
그제야 깨달았다.
일이 힘든 게 아니었다. 업무 성과와 나를 동일시하는 그 마음이 나를 지치게 하고 있었던 거였다.
인정은 달콤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한 번 맛보면 더 큰 칭찬을 찾아 헤매게 된다.
결국 타인의 기대에 매달릴수록 내 삶의 주도권을 남에게 넘겨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정말 중요한 건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지 못해도 무너지지 않는 나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칭찬과 인정이 때로는 기분 좋게 들릴 수 있지만, 그게 나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내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인정을 받고 못받고를 떠나서, 내 기준에 최선을 다했다면 잘 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인정해 주는 것.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벗어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마음뒤에 숨어있는 두려움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