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불꽃놀이

by 쏘담쏘담


여의도 불꽃축제하면 2018년이 떠오른다.
노량진에서 공부하던 시절

그날은 아침부터 노량진이 북적였다.
사육신 공원이 불꽃놀이의 메카라며
아침부터 돗자리에 음료에 각종 푸드트럭에 줄을 지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도 자리를 잡고 불꽃놀이나 볼까 했지만
공부를 하겠다며 사방이 꽉 막힌 학원 자습실에서 내내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

임용이 한 달 좀 더 남았던 시절
하루도 한 시간도 너무 귀해서 허투루 쓸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덧 학원 문 닫는 시간이 돼서
친구와 버스정류장에서 같이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정류장 위로 불꽃들이 쏟아져내리는 걸 멍하니 바라봤다.

가장 아름답다던 한국의 불꽃놀이 차례였다.


그날의 버스정류장,

가장 불꽃이 잘 보였다.
감히 내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불꽃놀이였다.

항상 임용 때 공부를 열심히 안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시절의 나는 한 시간도 아까워하며
일분일초도 낭비하지 않았다.

집에 가는 동안은 항상 배웠던 것을 복기하고
나 혼자 정리하고.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아까워 노량진에 집을 구했으면서도 학원에서 집을 가는 그 시간조차 아까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시간이 지치고
고달프고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 건.

그때의 내가 행복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뒤돌아보면 마치 그때의 내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핸드폰 알람을 맞추지 않고 침대 옆 큰 창에서 햇빛이 비추면 햇빛 알람에 맞춰 일어나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3끼를 먹었고
매일 밥을 먹고 나면 무슨 후식을 먹을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체중도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도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6년 동안 벌기만 했는데 소비만 하던 1년.

내가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고
쉬고 싶으면 쉬었다.
같이 밥을 먹으며 깔깔대던 친구들이 있었고
짧은 쉬는 시간조차도 정수기 앞에서 서로의 얼굴만 보면 배를 접어 웃던 서로가 있었다.

공부도 너무 재미있었다.
아 이런 게 임상에서 봤었는데 이런 병태생리가 있었던 거구나. 그래서 이런 치료를 했구나! 약리학도 간호이론도!
오히려 대학원보다 더 재미있었던 간호학 공부였다.

그래서 그 시간 열심히 공부한 줄도 몰랐다.
괴롭지 않아서 설렁설렁한 줄 알았는데...


여의도의 불꽃놀이를 생각하면
그렇게도 불꽃놀이를 좋아하던 내가
되게 열심히 했구나 싶어진다.

그 흘러가는 30분, 1시간 조차도 아까워했구나.


합격하고 합격수기 발표하러 갔을 때 강사가
나보고 맨날 쉬는 시간에 정수기 앞에서 떠들어서 합격할 줄 몰랐다고 했다.

게다가 이렇게 좋은 성적으로 합격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고.

임용공부할 때 정수기 앞에서 누군가는 나에게
대체 뭐가 그렇게 행복하냐고도 물어봤다.

그들도 내가 행복해 보여서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몰랐나 보다. 나처럼.


세상사람들이

다 힘들고 어렵고 괴롭다고 하는 일도

내가 재미있으면 꽃밭이라는 것은

그때 배운 비싼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