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드라마 '은중과 상연'을 보고

늦은 드라마 리뷰

by 쏘담쏘담

방학 동안 이틀 내내 은중과 상연을 몰아봤다.

유튜브 쇼츠로 짧게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여운이 남는 드라마였다.


우리는 때로는 은중이 같기도

때로는 상연이 같기도 하다.


둘 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존재했다.


작가의 말에

마지막 순간에 자기 자신과 화해했다는 문장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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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나도 정말 부러운 친구에게 '부럽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나에게도 정말 부러운 소위 '금수저'인 친구가 있다.

내가 열심히 버둥거려서 한 단계를 올라가고 무언가를 성취하면

그 친구는 그 무엇인가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이미 손에 쥐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가끔 너무 지치고 힘든 날에 그 친구를 바라보면 이른바 현타가 오기도 한다.

나는 힘들게 버둥거려야 '겨우' 가질 수 있는 것이 너무 그 친구에게는 쉽게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을 이야기했을 때 동생이 말했다.


"누나, 멀리서 보기엔 같은 나무로 보여도 비바람을 맞은 나무가 더 뿌리가 깊고 흔들리지 않아.

누나는 더 큰 비바람을 맞고 자랐기 때문에 뿌리가 깊어서 어떤 폭풍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거야.

그리고 오히려 그 친구는 무언가를 열심히 성취한 누나를 부러워할 수도 있어.

나는 내가 죽어서 이 생이 끝이 아니고 어떤 환경에 떨어져도 내가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 "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버지가 말했다.


" 너 지나가다가 돈 5만원을 주었을 때. 그 돈이 가치 있게 느껴지니?

아니면 네가 열심히 벌었을 때 그 돈이 가치 있게 느껴지니?

그 돈을 함부로 쓸 수 있니? 같은 5만원이라고 하더라도 너에게 의미가 다른 거란다.

그리고 남과 너를 비교할 필요 없어. 그 친구는 그 친구고 너는 너야. "


맞는 말이다. 그 친구는 그 친구의 삶이 있고 나는 나의 삶이 있는데

뭐가 그렇게 항상 그 친구가 부러웠는지 모른다.

상연이가 은중이한테, 은중이가 상연이한테 왜 부럽다 말할 수 없었는지가 이해가 간다.


적당히 부러운 친구에게는 너의 이런이런 점이 부럽다 쉽게 말이 나와도

정말 너무나도 부러우면 열등감의 껌딱지처럼 목에 붙어서

차마 그 말이 쉽게 입에서 나오지 않더라.


극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은중이가 '가난은 상대적인 것 같아.'라고 말하니까 상연이가 말한다.

'나는 가난은 절대적인 것 같아.'


실제 논문 결과도 보면 어느 정도의 연봉까지는 연봉과 행복이 정비례하지만

일정이상의 연봉부터는 돈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의식주가 해결되고 난 다음에는

삶의 다른 요소들이 행복을 차지하는 것이다.


또한 은중과 상연을 보면서 친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친구'라는 의미에 대해 곱씹고 생각해 보게 된다.


학창 시절에는 같은 반, 같은 학교라는

'같은 공동체'에 묶여 다투고 화해하고

매일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봐야 했다면

지금은 다른 직업, 다른 환경 속에서

다투면 은중과 상연이처럼 남이 되듯 서로를 안 볼 수도 있다.


더 이상 비슷한 관심사, 비슷한 조건,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지도 않는다.

달라진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생각들을 저마다 가지고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옳고 고름,

각자의 여린 부분,

저마다의 가치관 뭐 하나도 비슷한 게 없다.


각자 달라진 것들은 유리조각처럼 날카롭게 서로를 베기도 한다.

서로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었어도.

또 때로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우월감 삼아 의도를 가지고 남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젠 더 이상 '같은 공동체'에 묶이지도 않아

나와 친구가 시간을 내지 않으면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수많은 시절 인연들이 스쳐 지나가도 남아있는 건

친구라는 이름이 아닐까.


나에 대해서 수많은 단어들로 설명하지 않아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

무언가를 계산하지 않고 베풀고 받을 수 있는 존재


그만큼의 시간과 애정이 층처럼 켜켜이 쌓인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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