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로서의 구보, 이거 맞나?

by 쏘다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처럼, 카레가 돌아왔다.


카레 좋아한다며?


이번 연휴에는 카레가 아닌,

격상된 메뉴만 구성했음에도, 그렇게 나타났다.

족히 10인분은 되어 보였다.

그 큰 카레통을 들고, 곁들임 김치까지 얹어서는,

고모는 오히려 갑자기 불러낸 것을 미안해했다.

돌아보면, 계속 그랬다.

누군가 '툭' 나타나 마음을 주고 갔다.


'툭'이란 표현이 딱이다.

그리도 '뿅'도 어울린다.

앞뒤 계산이 없다.

별 이유도 생색도 없다.

미션을 위해 나타났다가

작전 수행 완료 후 사라지는

특수부대원들처럼.

'툭' 나타나, '뿅' 사라진다.


그들의 미션은 주로,

괜히 불러내 고기 잔뜩 먹이기,

김장했다며 김치 놓고 가기,

케이크 보내오기,

바다 구경 핑계로 회 사주기.

(주로 먹을 것을 주면 고마워하는구나

나열하며 실시간 깨닫는 중이다)

자, 그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여명기에 접어드셨습니다. 준비하십시오.


아이마냥 해맑게 종알종알하던

섬망기의 엄마가 눈을 감고

침묵 속에 일어나질 않았다.

그렇게 찬란한 시대의 종결이 선언되었다.

그리고는 블랙스완의 시대를 강요받았다.


인체는 신비하다.

너무 세게 맞으면 아픔도 느껴지지 않는다.

통각을 마비시켜서라도 스스로를 보호한다.

그때의 내 뇌 상태도 그러했다.

무념, 무상, 무감각, 진공상태였다.


일단 아빠부터 모셔와야지.

그 생각이 퍼뜩 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더랬다.

오전 회진으로 북적이던 복도가

점심 식사 카트 소리로 바뀌었으니.


아빠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연락을 이렇게나 받지 않는 건,

못 받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결론마저도 꽤 시간이 걸렸다.


결국 119가 출동했다.

문을 뜯고, 실신한 아빠를 대신 확인해주었다.

아직 돌아가시지는 않고 숨은 붙어있다고 했다.

아직이라니, 그날 따라 다들 미래를 예언해댔다.


엄마는 침묵했고,

아빠는 쓰러졌고,

나는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해야 했다.

나는 혼자 감당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다.

이 지점에서 나의 방파제는 무너졌다.

그리고 그 틈으로

특수부대가 투입되기 시작했다.



엄마 병실은 비지 않았다.

동생이 출근 대신 병상을 지켰고,

사촌 오빠는 매일 병실로 출근했다.

연락은 알아서 뻗어나갔고,

마지막 인사는 단정히 조율되었다.

나는 아빠 곁에 있었다.

엄마 곁은 내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엄마의 마지막 순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4년 넘게 단절이 되었던터라,

갑작스레 부고를 알리는 일이

염치없게 느껴졌다.

차마 연락하지 못했음에도,

어떻게든 나타나서

당연하다는 듯 자리했다.


친척들.

동료들.

지인들.

교회 사람들.

오랜 공백이 있었음에도

아무 말 없이 나타나

정신없는 나와 동생을 대신해

무수한 미션들을 해결해주고는

그저 함께 있어주었다.


람들의 작전은

내내 그렇게 은밀히 행해졌다.

나는 혼자 감당했다고 믿었지만,

미션은 이미 분산되어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많은 것들이 알아서 치러졌다.


그들은 할 일을 하고는 사라졌다.

설명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인사를 남기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사라졌고,

숨이 조금 돌아온 뒤에,

그제서야 고마움이 도착했다.



중요한 것들은

뒤늦게 도착한다.

늘 그렇듯.

지각쯤은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난 후에.


그래서,

고맙다는 말은

항상 어색해진다.

타이밍을 놓친 말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대신,

특수부대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본다.

꼭두새벽부터 뒷동산을 오르는 뻘짓은

그런 노력의 일환인 거다.

이게 무엇을 위한 훈련인지는 모르겠고,

누구를 위한 준비인지는 더 모르겠지만,

무작정 숨이 찰 때까지 움직여 본다.


그러나,

체력은 고마움처럼 늦게 따라온다.

일단 그것부터 좀 길러보자는 거다.

겸사겸사,

명절 연휴 때 붙어버린 3kg를

이 산 어딘가에

묻어버려야 하기도 하고.



SSO.



# epilogue.

발걸음을 옮길수록

예전 나의 모습이 따라오는 것도

반갑다면 반갑네요.

'일단 해보자. 아님 말고, XX.'

이 역시, 군인 정신이라 우겨볼게요.






- 훈련지 @ 송파 어딘가 동네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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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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