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는 센터 지킴이

story 06. 목청 좋은 레오

by 쏘이책장


레오 보면 센터 입구에 자리 잡고는

사람들이 오갈 때마다 짖어요.

마치 집을 지키는 것처럼 말이죠.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진돗개 습성이

레오한테도 남아있는 것 같아요.






우렁차게 짖는 레오


센터는 구리시의 여러 시설이 있는 건물에 있었지만, 2층에 위치해 있고 주말에는 쉬는 시설이 많아 센터 앞을 오가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종종 배달기사님이나 봉사자가 센터 입구 앞 복도에 오가는 것이 보이면, 레오는 어김없이 짖고는 했다. 덩치가 크니 레오가 짖는 소리도 우렁찼다. 게다가 레오가 짖으면 옆에 있는 목청 좋은 웰시 코기들도 같이 짖었고, 웰시 코기가 짖으면 레오도 같이 짖으며 강아지들의 합창이 번갈아 가며 이어졌다. 복도와 맞닿아있는 센터 유리벽에는 시야를 가리는 불투명한 시트지가 붙어있었지만, 외부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야는 가려졌지만 외부를 보는 강아지들의 시야는 가리지 못한 탓이었다.




센터가 아니라 아파트라면


레오가 센터 입구 근처에서 오가는 사람이 보일 때마다 짖는 것을 보며 괜스레 걱정이 되었다. 센터야 주거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지만 아파트에서 저렇게 짖으면 문제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옆집 사람이 오갈 때나 택배기사님이 들리실 때 등 아파트에서도 외부인이 집 앞을 오갈 일은 많았으니까. 확실히 소형견들에 비해 덩치 있는 중형견급인 레오의 짖음은 크고 우렁찼다. 센터가 넓어서 소리가 울려서 더 크게 들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명당자리에 자리 잡은 레오


자기 무리를 지키려는 습성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도시에서 생활할 때 그러한 습성은 장애 요인이 되기는 했다. 도시개들에게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은 집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기며 생활하는 것이었고, 낯선 사람을 보고 짖기보다는 그냥 지나치는 것을 바랐으니까. 강아지가 갖고 있는 본연의 습성이고, 진돗개가 유난히 더 강하게 갖고 있는 습성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주로 센터 입구에 자리 잡고 앉아서 주변을 경계하며 짖던 레오. 센터 입구라 오가는 사람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센터 바깥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었다. 또 그 자리는 센터 홀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명당자리이기도 했다.




낯선 사람은 경계 대상


센터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양했다. 봉사를 하기 위해 오는 사람 외에도 입양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때때로 택배 기사님이나 소방관리기사님이 오시기도 했다. 이 모든 사람들이 레오를 비롯한 센터에서 생활하는 모든 유기견들에게는 낯선 사람일 뿐이었다.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 외에는 아무리 자주 오는 봉사자라 하더라도 낯선 사람으로 여기는 듯했다. 봉사자들이 활동 중에 잠시 화장실에 가기 위해 센터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와도 짖고는 했으니까. 센터홀에서 잘 놀다가도 낯선 사람의 인기척이 들리면 바로 센터 입구로 향했고, 경고인 듯 인사인 듯 짖었다.




레오에게 센터는 집, 봉사자는 손님


달리 생각해 보면 레오에게는 센터가 곧 자기의 집이었다. 생후 3개월가량부터 센터에서 먹고 자고 놀며 지냈으니, 센터를 집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매일 수십 명의 봉사자들이 센터를 오갔고, 매일매일 다른 봉사자들이 센터를 찾았다. 한 달 동안 센터에 오는 봉사자 수만 생각해도 그 수는 어마어마했을 터였다. 우리에게 한 달에 한 번 센터에 오는 것은 큰 일이었지만, 레오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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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들의 손길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다른 유기견들과 달리, 센터 입구에 혼자 엎드려있는 레오한테 자꾸 시선이 갔다. 레오가 만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듯해서 멀찌감치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 바라만 보았다. 그런데 레오한테는 이마저도 부담스러웠는지, 곁눈질로 슬쩍 보더니 쓱 일어나 다른 곳을 가버렸다.


다가오는 봉사자한테 으르렁 거린다거나 입질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납게 굴지도 공격적으로 대응하지도 않았다. 단지 누군가 자기를 만지려고 하면 일어나서 자리를 옮길 뿐이었다. 한 달에 한 번 봉사를 오고, 봉사를 올 때마다 거의 매번 산책을 시켜주었음에도, 레오는 우리에게도 손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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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가 짖는 소리를 들으며

아파트에서 복도에서 사람 소리 날 때마다

저렇게 짖으면 쫓겨나겠다 싶었다.


짖을 때 한 번만 짖는 것이 아니라

'월, 월, 월' 하면서 몇 차례나 짖었고,

당당하게 그리고 우렁차게 짖고는 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레오의 우렁찬 짖음을 듣고 함께 하는 생활을

염려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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