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단다 18.
시간만 가고 있었다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었고, 상황은 나아지고 있지 않았고,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리라 여겼던 재배정은 불가능한 상태였고,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들의 의견은 결국 관내 전학 요구로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아이가 진성고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길 원했고, 아이 역시도 진성고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싶어 했기에, 그나마 있던 90명 중 얼마나 많은 인원이 관내 전학을 원하고 가게 될지 모르는 상황 역시 참 힘들었다. 만약 절반 정도의 인원이 관내 전학으로 빠지게 된다면, 우리는 아이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도저히 아이를 대신해서 선택할 수가 없었다. 결국 아이에게 현재 상황을 전하게 되었다.
만약 한 반에 5명만 남는다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었지만, 아이에게 어떤 상황이 올 수 있는지 설명해 주어야만 했다. 진성고 신입생이 90명만 배정된 상황에서, 최선의 상황은 일부라도 재배정이 이루어져서 진성고 신입생 인원이 어느 정도라도 채워지는 것이지만 이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최악의 상황은 진성고에 배정된 신입생 중 대다수가 관내 전학을 가서 한 반에 5명이나 그보다 적은 인원이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을. 최선의 상황과 최악의 상황을 아이에게 설명하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관내 전학을 갔으면 좋겠는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라도 배정 인원이 정상적인 학교로 전학을 갔으면 좋겠는지, 아니면 한 반에 5명 이하더라도 진성고에 다닐 것인지...
그래도 다니고 있지 않을까요?
아이에게는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속으로는 안타까움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2~30명으로 북적거리며 활기차게 학교생활을 해야 할 교실에 우리 아이만 덩그러니 혼자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아직 닥치지도 않은 상황인데, 괜히 아이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곧 놓이게 될 상황이었고, 어느 쪽이든 선택을 해야했기 때문에 아이의 의견을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설명하는 내내 아이가 어떤 대답을 할 지 몰라 불안하고 초조했다. 아이 앞에서는 애써 별일 아닌 듯 차분하게 설명했지만. 아이는 오래 고민하지도 않고 대답을 했다. "그래도 다니고 있지 않을까요?"
시골 소학교에 다니게 되었다고 생각하자
조용하고 차분한 아이였다. 붐비는 곳보다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아이였기에, 진성고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시골 소학교에 다니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아보았다. 농어촌 혜택을 볼 수도 없는, 수도권에서 누리게 된 소학교 생활이었지만. 어찌될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마음을 다잡아보는 것 뿐이었다. 상황은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지만, 내 마음만큼은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