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만났다

아이야,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단다 20

by 쏘이책장


계속 달라지는 대학 입시 제도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랑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냈을 때 즈음 대학 입시에 대해서 슬쩍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 딱 두 시기만 놓고 봐도 대학 입시의 방향은 너무나 달랐다. 2010년 경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했지만, 2020년 경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을 감소하고 정시를 확대했으니까. 가뜩이나 내가 치렀던 대학 입시와도 달라서 어렵고 복잡하기만 한 대학 입시 제도인데,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니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식이면 아이가 고등학교에 가서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는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대학 입시에 대해 깊이 알아보지 않았다.



1살 차이어도 다른 중학교 교육 제도

연년생이라 1살 밖에 차이가 나이않는데도, 두 아이에게 적용되는 중학교 제도는 달랐다. 첫째는 자유학년제였고 둘째는 자유학기제였다. 둘이 같은 중학교를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학년에 개설되는 동아리나 활동 등도 참 달랐다. 쌍둥이끼리도 세대차를 느낀다고 하더니, 연년생을 키우는데도 매년 달라지는 교육 정책에 정신이 없었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빠른 것을 좋아해서 유행도 빠르게 지나간다지만, 교육마저 유행 지나가듯 빠르게 지나가서야 될 성 싶었다.



역시나 달라진 고등학교 교육 제도와 대학 입시 제도

하루가 멀다라고 바뀌던 교육 제도는 역시나 첫째가 고등학교를 가기 딱 1년 전 고교학점제 전면화로 바뀌고 내신 상대평가 5등급제와 정시에 내신 적용으로 바뀌게 되었다. 수능, 내신, 생기부, 수시, 정시, 학종, 교과전형, 문이과 통합 등 잘은 몰라도 어디서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용어들을 제치고, 떡 하니 가장 앞에 자리를 차지한 용어가 있었다. 고교학점제. 변화하는 사회와 교육의 흐름상 도입이 필요한 제도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도입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왜 하필이면 우리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갈 때 이런 커다란 교육의 변화를 겪어야 하는 건지. 부모로서는 염려와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행정 실패로 만난 배정 실패라는 사고

첫째를 고등학교에 보내는 과정에서 사고를 만나게 되었다. 225명 배정 인원 중 135명이나 미달시키고 90명만 배정을 하는 사고를. 우리 아이를 포함해 총 90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음데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뻔뻔하게 발뺌만 하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결국 가해자는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쳤고, 사고를 해결할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가해자는 사고를 내는 순간까지도 사고 자체를 인지하고 있지도 않았고, 사고를 낸 이후에도 본인이 사고를 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 이유였고 변명이었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 결국 사고를 인정하기는 했지만, 해결할 생각은 없었다. 미봉책에 불과한 각종 지원만 내세울 뿐.



자녀를 구하려는 학부모들의 몸부림

작년에는 신입생이 150명이었는데, 올해는 신입생이 90명이 되면서 진성고는 1, 2학년을 합쳐도 타 학교 신입생 수에 현저히 못미치는 240명 가량의 소학교가 되었다. 고교학점제와 내신 상대평가로 인해 이는 진성고를 구조적으로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는 기피 학교로 만들어버렸다. 이 상태로라면 아무리 진성고에서 자체적인 노력을 한다고 해도 현 교육 제도 아래에서는 학생들이 진성고를 점점 더 기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런 구조를 만든 것은 경기도 교육청이었지만, 경기도 교육청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진성고가 자체적으로 노력하면 경기도 교육청은 이를 위한 지원만 하겠다는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부모들은 진성고에 배정된 자신의 자녀를 빼내기 위한 몸부림을 치게 되었다.



믿을 수 없는 안내 방송

우리 부모들은 이미 수차례 큰 사고들을 지켜보았고, 깨닫게 되었다. 안내 방송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사고가 났을 때 구하거나 지킬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본인들의 안위만 생각하고 도망치는 와중에도 '괜찮다, 안전하다, 그대로 있어라'로 안내 방송만 했으니까. 안내 방송을 믿었던 학생들이 끝내 어떻게 되었는지 부모들은 알고 있었다.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던 것은 선생님들 뿐이었고, 선생님들 역시 어떻게 되었는지도 부모들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경기도 교육청은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에게 '괜찮다. 지원하겠다. 그대로 있어라.'고 안내 방송만 계속 내보내고 있었다.



자녀의 구조를 막는 경기도 교육청

관내 전학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백번 이해가 되었다. 학부모들로서는 가라앉고 있는 진성고에 자신의 자녀가 있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경기도 교육청의 미봉책으로는 절대 진성고를 다시 바로 세울 수 없었고, 진성고만의 노력으로는 잘못된 구조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망망대해같은 고교생활과 여전히 예정 중인 불투명한 대학 입시를 앞두고, 언제까지 떠있을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를 학교에 내 아이를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안전한 환경에 자신의 자녀를 보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뭐라할 수는 없었다.



경기도 교육청이 재배정만 하면 되는 해결되는 문제였다

경기도 교육청은 관내 전학이 진행되지 못하는 것을 진성고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었고, 이러한 입장을 경기도 교육청 역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경기도 교육청은 학부모들의 요청을 흔쾌히 들어주며 생색만 내었다. 본인들은 허락했으나 진성고에서 허락을 안해 관내 전학이 안 되는 것이라며 말이다. 경기도 교육청이 재배정을 하면 해결될 문제였다. 누가 봐도 잘못된 배정이었으니까. 초기의 혼란과 민원은 당연히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광명 내 9개 고등학교는 모두 적정한 인원의 신입생을 배정받았을 것이고,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은 고등학교 배정 제도를 신뢰를 하게 되었을 것이다. 진성고 역시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하며 신입생과 재학생들의 교육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년의 배정까지 계속 걱정할 필요없이.



가해자는 잊고, 피해자만 기억하는 사고

작년의 배정 오류도 기억하지 못하고 또 똑같은 사고를 낸 경기도 교육청. 가해자는 사고를 기억하지 않는 법이었다. 왜냐하면 사고를 내도 본인은 어떤 피해도 없었고, 잘못에 대한 처벌조차 받지 않았으니까. 또 똑같은 사고를 낸 들, 피해도 처벌도 없으니 무서울 것이 없었다. 사고의 피해는 온전히 피해자의 몫이었다. 문제 제기도, 상황 정리도, 회복 과정도 모든 것이 피해자의 몫이었다. 감당해야 할 것이 많은 피해자이기에 마음에는 분노와 울분이 자리잡기 쉬웠다. 답답함과 억울함, 속상함, 괴씸함, 온갖 감정이 마음에서 요동을 칠 수밖에 없었으니까.



주화입마에 빠지지는 마라

매일매일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학부모들을 보며, 하루하루 달라지는 상황을 지켜보며. 모든 것이 불투명해진 상황 속에서 아이에게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을 염려하면서, 그럼에도 제대로된 사과도 해결도 하지 않는 경기도 교육청을 지켜보면서. 어느 순간 평온함을 조금씩 잃게 되었다. 그런 나를 보며 신랑이 툭 던진 말에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주화입마에 빠지지는 마라.'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의미를 찾아보고 나서 분노에 사로잡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저 사고를 만났을 뿐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사고에는 이유도 원인도 없었으니까.

* 주화입마.走火入魔). 달릴 주, 불 화, 들 입, 마귀 마

- 무협·수련 맥락에서 ‘기(氣) 운용이 잘못되어 몸의 흐름이 막히거나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현상’

- 일상에서는 ‘어떤 일에 지나치게 몰입해 잘못된 길로 들어선다'는 의미로 쓰임.



역사는 승자 기록이라 했던가? 아니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다!

마음에서 사고로 인한 여러 감정을 털어내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겪게 된 사고를 정확하게 기록해두기로 했다. 시간이 가면 잊혀지는 사고가 아니라, 시간이 가도 분명하게 남겨지는 사고로 기억되게 하기 위해서.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일에 비교하면 내가 겪은 일은 모래사장의 작은 모래만큼 작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모래알이라도 그 모래알이 기억될 수 있도록 기록해두기로 했고,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기록해두고자 했다. 아이는 2026년 3월 3일 진성고등학교에 입학하였고, 한 반에 13명인 학급에 배정되었다. 같은 평준화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가 한 반에 28~30명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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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 제도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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