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의 비정상적인 고등학교 배정 시스템

저기요, 학교는 원래 공정하거든요 06

by 쏘이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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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은 반복된다고 해서 진실이 되지 않는다.

- 알베르 카뮈 -





배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등이다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배정이라는 단어의 뜻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배정이라는 것은 어느 한쪽만 많거나 적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균등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배정이란 '몫을 나누어 정함'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니까. 광명시에 있는 9개의 학교가 아니라, 한 학교에 있는 9개의 학급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훨씬 이해가 쉽다. 전교생이 225명이라면 9개 학급에 25명씩 배정을 하는 것을 우리는 정상적인 배정이라고 하지, 어느 학급은 40명을 배정하고 어느 학급은 9명만 배정하는 것을 두고 정상적인 배정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광명시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 2,308명의 학생을 어느 학교에는 306명 배정하고 어느 학교에는 90명만 배정한 것이다.




비평준화 지역에서도 없던 대규모 미달 배정을 한 경기도 교육청


만약 광명시가 평준화 지역이 아니라 비평준화 지역이었다면, 진성고 신입생 대규모 미달 사태가 이렇게까지 큰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가장 우선시될 수밖에 없고, 학교 간에는 서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학교 간에 서열이 발생하는 비평준화 지역이라 해도, 광명시에서 일어난 '225명 배정 인원 중 135명을 미달시켜 90명 신입생만 배정'한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비평준화 지역도 아닌 평준화 지역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문제 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평준화 지역의 핵심 목적이 학교 간 서열을 완화하기 위해 추첨을 통해 균등하게 배정하는 것이었으니까.




평준화 제도 안에서 균등하지 않은 배정은 잘못된 배정이다


평준화 제도의 목적은 학교 간 서열 완화에 있었다. 비평준화 지역이었던 광명시에 평준화 제도를 도입한 목적이기도 했다. 학교 간 서열을 없애 교육 격차 줄이기. 그런데 경기도 교육청은 고교 평준화 지역인 광명시에서 학생들을 배정하면서 학교 간 균등 배정을 하지 않았다. 경기도 교육청이 내민 핑계는 '학생 선택권'이었다. 평준화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지망 순위를 제출하지만 이는 학교 배정에 절대적이지는 않다. 말 그대로 지망일 뿐이었다. 경기도 교육청이 해야 하는 일은 학생들의 지망 순위를 고려하되, 각 학교에 학생들을 균등하게 배정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학생들의 지망 순위가 일부 학교에 몰린다 하더라도 말이다. 평준화 제도를 도입한 목적이 학교 간 서열 완화하기 위함이었으니까.




정상적인 배정 시스템이라면 조정한다


평준화 지역의 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균등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과밀 학교나 미달 학교가 나와서는 안 되었다. 과밀 학교가 나온다면 배정을 제한하고, 미달 학교가 나온다면 우선 배정을 해서 조정을 하는 것이 맞았다. 평준화 지역의 학교 배정을 하는 시스템이라면, 가장 기본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전제 조건이었다. 그런데 경기도 교육청의 배정 시스템은 과밀 학교와 미달 학교를 전혀 조정하지 않는 채 비정상적인 배정 결과를 내놓았다. 더 비정상적인 행보는 그다음이었다. 경기도 교육청이 비정상적인 배정 결과를 그대로 발표해 버린 것이었다. 아무리 시스템이 비정상적인 배정 결과를 내놓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확인하고 조정한 사람이 경기도 교육청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배정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조정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말이다.




2023년부터 시작된 진성고 미달 배정


비정상적인 배정은 2023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모든 학교가 초과 배정되었을 때 진성고만 미달 배정이 되었고, 한해 한해 해를 넘길수록 진성고 미달 배정 규모는 점점 확대되고 있었다. 2023년 14명 미달, 2024년 16명 미달, 2025년 99명 미달, 2026년 135명 미달. 진성고가 이같이 지속적으로 미달 배정을 받고 있는 중에도, 다른 학교들은 반대로 지속적으로 초과 배정을 받고 있었다. 2023년 8개 학교에서 총 60명 초과, 2024년 8개 학교에서 총 107명 초과, 2025년 3개 학교에서 총 43명, 2026년 3개 학교에서 총 20명 초과(2026년 3개 학교에서 신입생 인원이 총 20명만 초과된 것은, 2026년 6개 학교에서 배정 인원을 전년도보다 총 109명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는 진성고의 미달 배정이 학생 수 부족이 아니라, 배정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참사를 막을 수 있는 3번의 기회를 버린 경기도 교육청


2026년 진성고에 벌어진 '배정 인원 225명 중 입학 인원 90명, 미달 인원 135명'이라는 대 참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2025년 '배정 인원 250명 중 입학 인원 151명, 미달 인원 99명'이었을 때, 2024년 '배정 인원 260명 중 입학 인원 244명, 미달 16명'이었을 때, 2023년 '배정 인원 270명 중 입학 인원 256명, 미달 인원 14명'이었을 때. 경기도 교육청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함으로써, 피해 규모를 키웠고 2026년 절대 만회할 수 없는 대 참사를 발생시켰다. 경기도 교육청이 2026년 진성고 신입생 90명과 진성고에 끼친 피해는 절대 만회할 수 없는 피해였다. 특히나 2026년 진성고 신입생 90명이 감수해야 하는 3년 간의 고등학교 생활과 3년 후의 대학 입시에 대한 불이익은 그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고 보상받을 수 없는 것이니까.




광명시_고등학교_배정입학차이_표_2023-2026.png






균등

均等. 고를 균. 무리 등.

1. 기본의미: 고르고 가지런하여 차별이 없음.

2. 철학: 개념이나 명제가 의미는 다르지만 가리키는 대상 또는 진릿값이 똑같음. 또는 그런 것.

이를테면 ‘숭례문’과 ‘대한민국 국보 1호’, ‘세종 대왕’과 ‘한글을 만든 사람’ 따위가 있다.




조정

調整. 고를 조. 가지런할 정.

1. 기본의미: 어떤 기준이나 실정에 맞게 정돈함.

2. 역사: 날 따위를 만들 때 잔손질로 매만지는 일.




미달

未達. 아닐 미. 통달할 달.

1. 기본의미: 어떤 한도에 이르거나 미치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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