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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킴 Nov 12. 2022

천 원짜리 변호사

시청자에게도 배우에게도 예의가 아닌 이 드라마

먼저 나는 남궁민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그를 본 건 아주 오래전 한 드라마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던 때였다. 당시 안경 쓴 교회 오빠 같은 이미지를 너무 좋아하던 꿈 많던 소녀라, 남궁민 배우를 처음 봤을 때 부드러운 목소리, 리틀 배용준이라 불렸던 외모가 딱 내 스타일이었고 그래서 저 사람은 대체 누구지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후에 그가 안경을 벗자 나의 덕심도 스톱되었다는 슬픈 이야기…(취향 확실).


이후로 그가 나온 드라마들을 꽤 봤었지만 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고, 뭐 연기 잘하네… 하는 정도의 생각 밖엔 없었는데. 의외로 남궁민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된 건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에서였다.



느릿느릿하던 행동거지,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허당미도 남궁민을 새롭게 보게 만들었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대본 리딩이나 현장에서의 그의 모습이었다. 어딘가 넋이 나가서 허공에 대고 무수히 대사를 반복해서 읊조리는 모습이나 자기 연기를 따로 녹화해서 쉬는 시간에 계속 다시 돌려보는 모습, 새까맣게 변한 대본은 얼마나 그가 자기가 맡은 역할에 집착적으로 몰두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 옆에서 같이 티비를 보던 남편조차, ‘와 저 정도면 거의 병적인 수준인데?’ 할 정도로….


영화도 연극도 아니고, 그냥 드라마. 사실 드라마는 영화나 연극 같은 분야보다 훨씬 더 대중적인 분야라 상대적으로 드라마 배우는 연기력이 그렇게 섬세한 사람이 많이 없기도 하고. 그렇게 해봐야 누가 대단히 알아주지도 않는다. 해봤자 연말 시상식 정도 나와서 상 받는 거 아닌가. 그리고 그 당시 그는 대상 한번 받아보지 못한 배우였다.


그런데 그걸 저렇게 열심히, 보는 사람마저 숙연해지게 만들 정도의 장인 정신으로 더욱더 완벽하게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되려고 연습에 연습을 하고 있다니… 내가 인간 남궁민이란 사람을 알 순 없지만 배우로서 저 사람은 참 믿을 만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남궁민이 나오는 드라마는 믿고 본다는 생각으로 시청률이 어떻든 시작은 했던 거 같다(낮과 밤 같은 건 끝을 보진 못 했지만ㅠㅠ).



그래서 이번 ‘천 원짜리 변호사’도 기대가 컸고 당연히 남궁민이 나온다는 사실 하나로 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남궁민의 기가 막히는 코믹한 연기가 일품이었고 매회마다 어떻게 사건을 풀어갈지에 대한 궁금증과 왜 저 변호사는 수임료가 천 원일까? 하는 의문이 이 드라마를 더욱더 재밌게 하는 핵심이었던 거 같다.


그렇게 궁금증이 고조되었을 때 뙇!

극 중 천지훈 변호사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옛 연인인 이청아와 남궁민의 환상적인 케미 덕분에 과거신을 엄청 몰입해서 봤었다. 결국 어떤 세력 때문에 남궁민의 아버지가 죽고 사랑하던 연인마저 잃어버린 비운의 주인공. 끝까지 그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검사직도 포기하고 천 원짜리 변호사가 되었는데….

과연 그 배후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인가가가가가가!!!



하지만 그 이후로 이야기는 점점 맥이 탁탁 풀린다. 결방하고 2부를 한대서 기다렸더니 갑자기 중고차 겁나 팔고. 그래서 뭔가 알아낸 거 같았는데. 갑자기 천 원짜리 변호사가 잠적을 하네?(사실 뒤 내용은 하도 뒤죽박죽이라 생각도 안 나고 제대로 집중해서 보지도 못함. 너무 재미없음) 그러다 14부작을 12부작으로 줄이겠다네? 아니 내가 드라마가 재밌어서 늘리는 경우는 봤어도 이렇게 화제의 드라마가 아무 이유 없이 조기 종영하는 경우는 못 봤는데!


아니 빌드업을 이렇게 착실히 해놨는데?!! 뭐지 뭐지?!

작가가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신인인가? 그래도 너무 심한데?


하. 아버지를 잃고 연인마저 잃어버린 남궁민이 오열하는 그 장면에서 남편과 나는 정말 소름이 돋아서….

와 이번에도 남궁민이 대상이다! 했는데…. 과거 회상씬에서 연출도 꽤 인상적이어서 이 드라마는 진짜 수상 많이 하겠다 싶었는데ㅠㅠ


아니 이 잘 나가는 드라마가 왜? 이렇게 망가져야 되는 건가!! 왜 혼신의 연기를 한 연기자들은 이런 그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건가!!! 그리고 열심히 금토요일을 기다리던 나 같은 시청자는 뭐가 되는 건가!!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016/0002063802


결국 그렇게 무엇이든 속 시원하게 해명하지 못하고 아주아주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천 원짜리 변호사는.


솔직히 좀 화가 난다.


아니, 남궁민 배우는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일을 해내는 와중에도 혼신의 연기를 펼쳤는데, (아니 결혼하는 거 얼마나 스트레스인데 작품이 왜 이래) 암튼 그 노력의 결과물이 이딴 결말이라니! 그리고 매 회마다 인상 찌푸렸다 폈다 했던(진짜 주름 걱정되었음) 여주와 연기 내공 철철 뿌리던 다른 조연들의 노력도 이런 결말로 다 우습게 되어버렸다.


이제 천 원짜리 변호사는 이들의 땀들에도 불구하고 재밌었던 작품이 아니라 어딘가 모자라고 이상한 작품이 되어버린 거다.


누구의 잘못인지 잘 모르겠지만 정말 반성해야 할 거다. 하나의 작품은 책임감이다. 자기들이야 망쳤다 하고 엎으면 그만이지만 시간 허비한 시청자나 쌔빠지게 연기한 연기자들은 무슨 죄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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