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제일 어려운거여
한 예능에서 대한 호주인으로 유명한 샘 해밍턴이 한국식 육아에 대해 말한 것이 참 인상 깊었다.
"호주에서는 아이를 독립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여서 무엇이든지 스스로 하도록 가르쳐요, 그런데 한국은 뭐든지 부모가 해주는 것 같아요."
아기가 없을 때는 '그래, 당연히 애를 한 명의 사람으로 만드는 게 육아지, 역시 호주는 다르구먼!' 하며 한국 부모들을 비난했겠지만 아기가 생긴 지금은 한국 부모들의 그러한 선택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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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자리를 찾아 누워 스르르 눈을 감는 아기.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아기를 재우는 시간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을까. 처음 제대로 수면교육을 시켰을 때, 혼자 눕기는커녕 두 시간을 내리 울어재끼는 아기를 보고 나는 차라리 내 팔이 부러져도 안아 재우고 싶다는 생각을 백만 번 했었다.
잡고 서있을 수 있는 개월이 되자 아기는 자꾸 잠자리에서 이탈하려 했다. 옆에서 가만히 누워 자는 척을 하면 더 좋아하며 범퍼를 기어나가서 위험한 물건들에 손을 대려 했고. 그런 아기를 다시 안아 눕히고 재우고 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그냥 안아서 둥가둥가 재우면 길어야 30분 컷이었다. 배도 고프고,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지칠 때는 이런 교육이 다 무슨 소용이냐, 내 행복이 우선이지. 그냥 안아줄까. 그런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아이가 스스로 자는 것.
쉽지 않다.
그러려면 그 고통의 시간을 몇 시간, 몇 주, 몇 달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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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잘 먹는 아기.
자기 주도 이유식이라고 아기 스스로 먹는 법을 연습시키는 게 있다. 아기가 없을 때는 일정 정도 개월이 되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 자기 주도 이유식을 했을 때, 난 멘붕에 빠졌다.
난리난리 쌩난리, 와 이런 난리가 없었다.
아기는 밥을 보자마자 던졌다. 손을 쥐었다 피기도 하고, 얼굴에 문지르기도 했다. 잘 먹으라고 동글동글 주먹밥을 빚어놓았는데! 그거 만드느라 한 시간이 걸렸는데!! 망가지는데 3초가 걸리네. 안돼~~ 갑자기 왜 그 손으로 머리를 긁어, 안돼~~~ 왜 파지도 않던 귀를 파는 거니. 5분 만에 밥풀이 온 사방에 떨어지고, 온몸에 다 붙어서 나는 밥 먹이기를 중단하고 아이를 씻기러 가야만 했다.
그 이후로도 아이가 스스로 먹게 하려 하기만 하면 집안이 난장판이 되었다. 엄마 입장에서 아이가 먹을 밥을 만드는 것도 큰 노력과 힘이 드는데, 그걸 다시 치우고 정리하는데도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야 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아기 밥을 먹이는 시간이 나에겐 스트레스이자 공포였다.
그냥 내가 떠 먹여주면 귀찮을 일이 줄어들텐데. 밥도 다 먹일 수 있고, 손과 입이나 닦아주면 그만이다. 아기 스스로 하면 밥도 반도 못 먹어, 치우는 것도 일이야 너무 힘이 든다.
그냥 내가 해주면, 부모가 해주면, 쉽고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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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만드는 일.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주는 일.
말은 쉬워 보여도 사실 그게 가장 힘든 일이다. 아이는 처음부터 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려면 부모는 도를 닦는 심정으로 그 아이를 기다려줘야 한다. 스스로 자는데 한 시간이 걸려도 묵묵히 기다리고, 음식물을 온 사방에 튀기고 묻혀도 그 난장판을 묵묵히 치우면서.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그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아이가 스스로 숟가락을 쥐고, 졸릴 때 침대를 찾아가는 기적을 보는 것이다.
지금이야 아기니까 밥 먹고, 자는 것만 신경쓰면 되지. 이 아기가 성장하면서 스스로 준비물도 챙기고, 스스로 학교도 가고, 스스로 공부도 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 자신의 감정도 표현하고, 스스로 실패도 극복하고 그런 온갖 것까지 하도록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인내의 시간들이 필요할까.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아냐고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매일이 각박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아이가 스스로 하게 놔둘 수나 있나. 아빠도 바쁘고, 엄마도 바쁘고. 사람들도 바쁘고. 조금만 지체되어도 아... 쫌 빨리빨리 하지, 하는 세상에서 이 아이가 실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그걸 기다려주는 것 자체가 민폐라 생각되는 거 아닌가. 그러니 한국 부모들이 아이들 대신해주는 것이 그걸 기다리기 마냥 귀찮고 힘들어서가 아니라(물론 그런 측면도 있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것도 한 몫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여유가 없는 부모, 사회가 의존적인 아이를 만들고, 더 나아가 더 이상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사회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