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라킴 Dec 02. 2022

오늘 본 따뜻한 순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개찰구를 빠져나오는데 내 앞을 빠르게 지나는 아저씨 발 끝에 엄마와 딸이 서 있었다.


“어이”

사춘기 딸이 어색하게 아빠 앞을 막아서자

“야 넌 왜 이렇게 춥게 입고 나왔어?”하며

아저씨가 얼른 두 여자의 손을 하나씩 자기 양 호주머니에 쏙 넣고는 의기양양하게 걸어간다.


그런 아저씨의 발길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어릴 때는 이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삶들이 잘 보이지 않았고, 항상 화려하거나 대단하거나 멋진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며 동경했었는데(물론 지금도 매우 동경하고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는 방구석 아줌마이지만ㅠㅠ)

나이를 먹어보니 각자의 위치에서 하루 종일 열심히 살다가 저녁쯤 집에 모여 가족끼리 치킨이나 뜯고 사는 이 평범함이 정말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오늘은 집에 있는 아가도, 일 마치고 돌아오는 남편도 꼭 한 번씩 안아줘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수면교육 실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