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묵묵히 자기 길을 걷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흑백요리사2 를 보고

by 로라킴

[다음은 흑백요리사2의 결말에 대한 스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흑백요리사 시즌1을 너무도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막상 처음 뚜껑을 열자 팍 식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흑이든 백이든 캐치테이블과 푸드 관련 인플루언서의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업장의 셰프들이 모조리 출연했기 때문이었다.


1편에서의 급식대가나 철가방 요리사, 윤남노 셰프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요리사들을 찾아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재미라 생각했기에 흑이든 백이든 기득권에서도 한창 기득권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최고의 요리를 한다느니 하는게 무슨 의미인가라는 생각이 들긴했다.

오히려 프로그램을 통한 홍보에 모두 다 팔을 걷고 달려드는 느낌이랄까…


(물론 철가방 요리사도 윤남노 셰프도 이미 알려진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이번 시즌은 이미 너무 유명해서 예약도 잘 안 잡히는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많이 나와서....)


하지만 워낙 굵직한 셰프들이 나왔기에 시즌1 때 보다 완벽하고 화려한 요리들이 나왔고,

1편에서 보지 못한 특수한 캐릭터들이 나왔기 때문에 끝까지 재미있게 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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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최고의 경지에 올라와있지만 식지않는 열정과 여유, 에티튜드를 보여준 여러 셰프들.


프렌치의 대가라고 하는 박효남 셰프, 최초의 조리사 출신 상무를 역임한 중식대가 중의 대가인 후덕죽 셰프를 보면서 진짜 대가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나태해지고, 게을러지고, 꼰대같이 변하고

어떻게든 후배의 등을 쳐서 나를 빛내려고 하는 여러 높으신 분들을 보아왔기 때문일까.


허허허 웃으며 뒤에서 서포트해주고, 후배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자기가 맡은 일은 최고로 열심히 하는 그 모습들이 어찌나 대단한지.


특히 후덕죽 셰프는 고령의 나이라고 하지만 어찌나 눈이 매섭게 살아계신지...마지막 최후의 2인을 선택하는 경합에서 보여준 집중력과 열정은 나를 너무 반성하게 했다.

저 분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뭐라고 대충 사나...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의 최대 수혜자인 손종원 셰프.

잘생긴 외모만큼이나 잘생긴 매너 정말 어쩔건지.

성공은 실력이 물론 바탕이 되어야하지만, 실력과 더불어 리더로서의 자세가 누구보다 살아있어야 양식 한식 미슐랭 원스타를 받는구나를 느끼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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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의 기본은 무엇일까.


우승을 향한 집념과 간절함이 아닐까.


그런데 이 분은 그런게 없다.

아니, 서바이벌의 '우승'만이 이 분의 간절함이 아닌 거 같았다.


매 순간 대결할 때마다 누구를 이기겠다, 내가 최고다 이런 사람이 있는 반면

이분은 항상 '난 최선을 다했다.' '난 어제의 나를 뛰어넘었다' 로 만족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최강록 셰프.


솔직히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웃기는 셰프.

셰프계의 이단아(?)정도로 생각한 것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유머코드가 있는 분이군 정도로만 생각했어서.......진짜 끝까지 갈지 상상도 못했다.

(개인적으로 조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저게 진짜 맛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음ㅠㅠ)


하지만 마지막 결승에서.


'나를 위한 요리'에서 자신의 주특기인 '조림'을 완전히 내려놓고.

화려하지도 예쁘지도 않은.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아무렇게나 막 때려넣은 그 요리를 보고, 그것을 설명하는 그의 말을 듣자,

이 사람이 얼마나 처절하게 요리를 열심히 묵묵하게 해왔는지를 알 것 같아서 뭉클해졌다.


매일매일 맡겨진 나의 일을 묵묵히 성실하게 하는 많은 사람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전세계에 알려진 유우명한 셰프가 되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고, 내가 선택한 그 무엇을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매일매일 해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수고한다'라고 건네는 위로가 그의 마지막 요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조건 내가 우승할거야, 내가 올라갈거야 하는 요리괴물의 간절함에도

최강록 셰프가 주는 울림이 더 크게 느껴졌던 거 같다.


매일매일 뚜벅뚜벅 자기 길을 걷고 있는 우리 모두.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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