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너의 행복을 바라
벌써 육 년이 되었네.
서로의 삶에서 빠져나오게 된 날, 그 후로 많은 계절이 지나갔어.
너를 가득 채운 아픔이 당도한 순간엔 어떻게든 그 상황과 네 마음 모두를 되돌리고 싶었어.
당황스러움과 미안함이 몰려왔거든.
네가 오랫동안 받아 왔다던 상처들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으면 했어.
열일곱 소녀들의 시간부터 시작된 깊은 교류가 사라지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네게는 준비된 이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상처받은 만큼 너는 선명한 마침표를 준비하였더라.
처음에는 아프기만 했는데 차츰 끄덕여졌어.
네가 바라는 자리를 줄 수 없다는 것을 결국에는 알았으니까.
열다섯의 어느 날, 친구에게 받았던 쪽지에 새겨진 이야기와 같은 빛깔이었지.
특별한 자리를 원했단 이야기, 어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이기를 바랐다는 문장들이 시퍼렇게 살아왔었지.
연인에게나 할 법한 표현들에 나는 새빨개졌어.
그렇게 연인처럼 헤어졌지.
우리는 작별을 맞이했어.
몇 해가 지나자 너에게 고마워졌어.
내가 누군가에게서 이토록 사랑을 받았나, 하는 생각에.
어떤 남자한테도 이런 강렬한 사랑을 받지는 못하지 않았나, 생각하면 웃음이 났으니까.
즐거운 추억과 너의 풍부한 표현들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으니.
그러고는 너의 행복을 바라게 되었어.
한편으로는 안도했어.
오랜 친구를 잘라내고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말이었지. 내가 더는 너에게 힘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너의 삶을 온전히 지탱해 주는 다른 힘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 너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랐어.
그렇게 또 몇 해가 지나갔어.
이따금 네가 떠올랐지만 웃을 수 있었어.
이따금 너의 행복을 기도했지.
그런데 작년 말에 SNS에 갑자기 너의 소식들이 올라오더라.
며칠간 업데이트되는 너의 일상이 보였어.
너의 문장, 네 특유의 표현과 단어들에 마음이 울렁거렸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감정의 동요에 당황스러웠어.
왜일까 끙끙댄 끝에 나의 심연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다가 꽤 깊은 흉터를 발견했어.
너의 상처에 끄덕였고
너의 작별을 받아들였고
그러한 결정을 한 너를 이해했거든.
하지만 이별이 아프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나 봐.
너의 문장을 마주한 순간, 나는 균형을 잃은 채 휘청거리고 있더라.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어.
남은 날들에, 언젠가는 너를 한 번은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순간이 온다면 나는 너를 향해 조용한 인사를 보내리라, 하였지.
환하게 웃으며 너의 눈을 마주 보리라, 하였지.
그것은 준비를 했거든.
그 한 번의 재회는 상상했는데...
너의 일상을 보게 될 줄은 몰랐어.
너는 가벼워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아닌 것 같아.
그래서 너의 소식을 껐어.
너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는 없을 것 같아.
재회의 순간이 온다면
조용히 손을 흔들 거야.
마음을 다해 안녕을 보낼 거야.
그런 날이 없다고 하여도 너의 행복을 바랄게.
네가 행복하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