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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Aug 06. 2024

퇴사 후, 파리 한달살이에서 얻은 것 1


2024년 6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나는 약 한 달간 프랑스 파리에 머물렀다. 파리 올림픽을 앞둔 설렘이 가득했고, 아직 센강엔 의자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아 '올림픽을 하긴 하는 게 맞나?' 싶은 의구심을 품게 한 시점부터, 하나 둘 통제가 시작되고 '정말 올림픽이 열리는구나!' '뭐라고? 방탄소년단 진이 성화봉송을 한다고?!' 내가 계획하지 않은 올림픽분위기까지 느끼고 돌아왔다. 


여행 중간중간 느낀 점을 쓰고, 여행 일기를 쓰는 부지런함과 '체력'은 내게 없었다. 벌써 여행에서 돌아온 지 보름이 다 되어간다는 걸 깨닫고 남아있는 뭐라도 적어놓아야겠단 생각으로 노트북을 펼쳤다. 파리를 가기 전, 그리고 다녀온 지금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뭘까? 적다 보면 깨닫게 될까? 한 가지 확실한 건 회사를 이탈한 '백수'라는 사실.  


퇴사 후 정신없이 떠난 여행인 데다, 이제 더 이상 통장에 '월급'이라는 숫자가 찍히지 않는단 심리적- 금전적 압박 속에 떠난 여행이었다.  


여행 초반, 내 뜻과는 살짝 다르게 풀리는 여행 스케줄 때문에 '괜히 왔다.' '이 큰돈을 쓰면서 내가 여기서 얻어가는 건 뭘까?' 그저 퇴사 후 '나 파리 가'이 한마디로, 백수가 된 나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안타까움에서 부러움으로 바꾸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에 조금 괴로웠다. 일주일가량 머물다 떠나는 남편과 있는 시간 동안, 아쉽지 않게 놀아야 한다는 사명감은 넘치는데 체력도 받쳐 주질 않았다. 휴양지가 아닌 도시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발바닥'과 '무릎'그리고 '체력'이었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고 그런 우여곡절 속 여행에 눈물짓는 날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도시는 여행의 순간순간, 낭만을 선사해 줬다. 반짝이는 에펠탑, 파란 하늘아래 psg스타디움에서 마셨던 맥주, 아름다운 호수도시 안시, 자연의 웅장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던 샤모니까지, 충분히 행복한 일주일이었다. 


그리고 남편이 떠났다. 남편과는 3주 뒤에 다시 만날 예정이었다. 그 옛날, 이젠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 전 남자 친구를 군대에 보낼 때 이런 기분이었던가? 군대도 아니고 3주 뒤에 만나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아쉬움에 눈물이 나고, 한 번도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는데 그런 생소함에 눈물이 났다. 그리고 나는 정말 혼자가 됐다. 연애 2년여 끝에 한 결혼이었고, 결혼 1년 차였으니, 약 3년 만에 타지에서 오롯이 혼자가 된 순간이었다.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는 행운이 그대에게 따라준다면,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처럼 평생 당신 곁에 머물 것이다. 내게 파리가 그랬던 것처럼.”(어니스트 헤밍웨이)


젊은 시절 한때라고 하기에 '한 달'은 짧을지 몰라도, 퇴사를 했으니 이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구나, 비로소 퇴사가 실감 나고, 회사를 그만두길 잘했단 생각도 그때쯤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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