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視詩)하다
펼쳐보니
뒤척였던 적보다 구겨졌던 적이 더 많았군요.
먼지투성이로 처박혔던 것보다 나았다고
혼자 위로도 해보지만
눈보라 쳤던 겨울밤에 웅크리던 낱말들.
다시 덮을까요?
여전히 봄은 멀어 보였죠.
나무 밑 다람쥐가 조심스레 도토리를 오물거리네요.
가난한 위장을
찌그러졌던 속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듬더군요.
햇살이,
푸른 햇살이
돌돌 말려 올라간 꼬리에 머무네요.
잔잔하게 바라봅니다.
조용히 덮었어요.
그리고 너덜거리는 일기장을 햇살에 비춰보는데
버텨줘서 고맙다고
바람이 무심히 말하데요.
저도 땅콩을 까먹으렵니다.
혹시 알아요.
햇살이 제 몸에 머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