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와 소림사

추억 여행

by 가제트

시간 여행이란 수필을 올리고 보니 과거로 잠시 돌아가고픈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갈까?
자, 한 번 가 봅시다.
1970년대 후반의 고등 학교 시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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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는 깡패와 소림사.
오잇! 웬 무협지...

당시 가제트가 다니던 강호의 초절정고수는 깡패!
국사 담당 선생님이며 또한 우리 학교 선배님-이 사실이 중요!- 이지만
주요 무대는 교실이 아닌 등교 길의 교문 앞!
뒷머리가 조금만 길어도 공포의 바리깡 검법으로 살수를 펼치면
뒷머리는 그야말로 밀림 속 고속도로......

그리고 단지 仙九羅首(선글라스) 뒤 편에서 반짝이는 안광을 통해
강호의 학우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단 일초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다는 전설!
쿠쿠쿵!!!!

나는 그 날도 강호의 매서운 아침바람을 검은 망토(교복깃)에 묻히고

뒷머리의 고속도로(?)는 뒤로 최대한 넘긴 崖梨土帽(엘리트 모자)로 커버하며

중원 4대 문파의 으뜸인 셔블파의 웅장한 문으로 향하는데..
허걱! 깡패의 내공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강호의 초절정고수인 깡패에 걸리면 그 자리에서 끝이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의 매서운 바람을 무릅쓰고 일찍 나왔건만 ...
작은 대문틈으로 슬쩍 엿본 깡패의 모습은 결연 그 자체였다.
5분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깡패의 살수에 기를 빼앗긴 강호의 대가들이
줄줄이 교문 옆 이발소로 향하고 있었다.

나의 뒷머리엔 일주일전에 이미 작은 고속도로가 나 있는 상태.
그 때 깡패의 감시망에 걸려 뒷머리의 내공을 한 갑자 이상 빼앗겼었다.
그날 이후 계속 걸리면 뒷머리를 내밀며 약삭빠르게 빠져나가곤 했는데.
오늘, 깡패의 입가엔 살기마저 느껴진다.

나는 5분을 더 기다린 다음, 지난날의 장기인 무소음축지법으로
뒷머리를 박박 밀어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학우들 틈에 끼여 빠르게 나아갔다.
그러나 오늘은 내 운이 다하는 날인가보다.
깡패는 많은 무리 속에서 나를 발견하곤
“이건 어제 오늘 밀린게 아냐!” 라면서 나의 장기를 무력화 시킨 후
마지막 혈도를 찾아 공략하고 있었다.
아흐~~~~~~


나의 머리엔 더 이상 수풀이라곤 남아있질 아니 하였다.
깡패의 바리깡은 유유히 나의 머리 상하 좌우를 누비고 다녔으며
마지막으로 소림사 12사형에게 나를 인도하였다.
그건 죽음을 의미한다.
아! 아침밥도 못먹고 나왔는데…..

그 때 대한극장에서 상영되던 영화가 "소림사 18동인" 이었다.
번쩍거리는 머리를 앞세우고 교실로 들어간 나에게 강호의 학우들은 "마지막 소림사"라는 별호를 붙혀주었다.
아, 창밖을 보니 태양이 떠오르고….
외로운 낙엽이 창 틈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소림사'는 허연 머리를 붙잡고 영화의 마지막 대사를 부르짖고 있었다.

"깡패, 넌 오늘 밤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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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즐겁게 얘기하지만 그 때는 바리깡이 왜 그리 무서웠는지.
그 당시 우리가 저항(?)할 수 있는 몇 개 안 되는 무기 중 하나가 머리를 기르는것.
누가 더 머리를 길렀는가에 따라 고수의 순위가 바뀌곤 했는데....
또 뒷머리를 밀리고도 누가 더 오래 버티는가에 따라 내공의 세기를 가름하곤 했는데....
아하!
그 누군가에게 머리를 밀려본 그 시절이 오늘 유난히 생각나는구나. (^_^)


커버 이미지는 Pixabay로부터 입수된 Stefan Keller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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