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視詩)하다
노인의
반쯤 굽은 등에
故鄕의 언덕배기가 스며있다.
살아서
他鄕에 살면서
언제나 故鄕의 한 모퉁이는 반쯤 지고 살아서
절뚝이는 맥박은
반쯤 휘어진 지팡이 위에 얹히고
아이들 뛰던 놀이터를
희미한 날의 동구 밖 장터목에 옮겨 놓는다.
타 들어가는 꽁초와
타버린 기억
몰려와
발 밑에서 사라지고
남은 건
허연 필터와 흰 머리칼, 그리고 희뿌연 시간.
일어서서
일어서도 반 만 일어서서
발 길은 자꾸만 놀이터
아쉬운 시절이 희멀그레 놓여있는
장터목 놀이터로만
간다
가도 아주 가진 않고
반쯤
그 반에 반쯤
그 반쯤에 반쯤만 ……
(사족) 공원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피시는 동양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쓴 시입니다.
生에 대한 여운이 많이 담겨 있던 얼굴 모습이었고요.
커버 이미지는 Pixabay로부터 입수된 Igor Chernobelskij님의 이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