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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제트 Jul 10. 2023

(시)餘 韻

시시(視詩)하다

餘 韻(여운)


노인의

반쯤 굽은 등에

故鄕의 언덕배기가 스며있다.


살아서

他鄕에 살면서

언제나 故鄕의 한 모퉁이는 반쯤 지고 살아서

절뚝이는 맥박은

반쯤 휘어진 지팡이 위에 얹히고

아이들 뛰던 놀이터를

희미한 날의 동구 밖 장터목에 옮겨 놓는다.


타 들어가는 꽁초와

타버린 기억

몰려와

발 밑에서 사라지고

남은 건

허연 필터와 흰 머리칼, 그리고 희뿌연 시간.


일어서서

일어서도 반 만 일어서서

발 길은 자꾸만 놀이터

아쉬운 시절이 희멀그레 놓여있는

장터목 놀이터로만

간다


가도 아주 가진 않고

반쯤

그 반에 반쯤

그 반쯤에 반쯤만 ……




(사족) 공원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피시는 동양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쓴 시입니다.

生에 대한 여운이 많이 담겨 있던 얼굴 모습이었고요.



Pixabay로부터 입수된 voffka offka님의 이미지 입니다.

커버 이미지는 Pixabay로부터 입수된 Igor Chernobelskij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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