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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17. 2018

무엇이라도 하기로 결심했다.

일상의 흔적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적어도 2년 전부터.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나를 위해 펜을 드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매일매일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는 하루를 보내고 일주일, 한 달이 흐를 때까지도 글을 쓰려는 결심은 허상 같은 메아리가 되어 흩어질 뿐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나면 후회했다. 그 순간의 기억과 느낌은 잔상처럼 흐릿했고 흔적 없이 지나간 시간은 늘 아까웠다. 일을 위해 글을 쓰는 순간마다 나를 위한 글을 쓰고 싶었다. 지쳐 잠들려는 순간에도 기록하고 싶은 일상의 감상과 글귀가 떠올랐지만 곧 어둠 속에 잠기고 다음 날은 또 그날을 위해 살아갈 뿐이었다.


그러나 문득 이렇게 더이상 시간을 흘려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올해가 지나고 내년이 오면 난 30대의 길목에선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있을 테니까. 누군가 읽어주는 글보단 내 생각을 정리하고 순간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었다. 내 마지막 20대가 기억에 오래 남기를 바랄 뿐이다.


과거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내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은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어린 날, 친구처럼 여기던 TV에 빠져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다고만 꿈꿨다. 하지만 삶은 늘 원하고 바라는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현실과 수없이 마주치며 느꼈다. 내가 원하던 반짝이는 TV 속 모든 것은 누군가의 고된 노력을 먹고 빛난다는 것을. 그렇기에 난 움직이는 TV 속 부품이 되고 싶지 않아 오랜 꿈을 미련 없이 버렸다.


미련없이 등을 돌렸지만 막막했다.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게 검고 깊은 절벽에 혼자 남겨졌다고 여겨지는 날들이었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고민없이 달리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했다. 난 어떤 일을 좋아할까? 무엇을 할 수 있나? 새로운 시작을 해도 될까? 너무 늦은 나이는 아닐까? 수많은 물음 속에 혼자 남겨졌다. 누구도 해답을 줄 수 없는 그저 혼자만의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앞서 나가는 것 같았다. 나만 제자리에서 더 깊은 우물로 잠겨드는 느낌에 자다가도 흠칫 일어나는 날도 있었다.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렇게 소중한 시간만 흐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던 일을 하나하나 도전해야 된다고 결심했다. 공연기획, 카페, 영화관 매니저 수많은 분야를 경험하고 우연히 인연처럼 찾아온 기자일을 시작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나조차 몰랐던 세상이 펼쳐졌다.


누군가의 시선에선 평탄한 20대를 누군가의 시선에선 굴곡진 20대를,

나의 시선으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청춘의 고민으로 둘러싸인 20대를 보내며

마지막 20대에 접어들었다.


내 마지막 20대 역시 지금처럼 스스로를 돌아보고 수많은 물음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의 연속이길 바라며 1년의 흔적을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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